가을이 갑니다...
문자를 받았읍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
아, 그렇군요.
시월의 마지막 날은 웬지 가을과의 이별 같습니다.
가을이 갑니다.
어느 덧 또 가을이야 하고 중얼거리는 사람들에게는 불현듯 찾아오는 소식처럼 그렇게 가을은 왔고, 기다린 사람들에게 가을은 기다린 기쁨으로 다가왔지요.
잠시 올려다보는 하늘에서는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느 집 빨래줄에 널어놓은 이불위에 내려 앉아 뽀송뽀송 몸부림칩니다.
색색옷을 갈아입는 나뭇잎들이 그 가을햇살에 졸고 있읍니다.
한때 당신을 향해 싱싱하게 빛나던 마음도 어느새 가지에서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 같이 다가오는 겨울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인가요.
돌아보며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봅니다.
좋고 소중한데도 우리들은 어째서 이별을 치루어야 할 경우가 생겨야 할까요.
사람이든 자연이든 인연이든, 왜 헤어져야 하는가요.
은행나무는 서로 마주보아야 꽃이 핀다고 합니다
저쪽 먼 곳에 있음에도 나무끼리 서로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들 하지요.
생떽쥐베리는 사랑은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 이라고 하더만.
사람의 마음도 그런 것 아닐까요.
우리들의 마음에도 계절과 같아서, 꽃이 필 때가 있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때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는 계절이, 사랑하는 계절이, 그리고 서로 등을 보이며 걸어가야 하는 계절이 있는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나간 세월을 떠올려 봅니다.
창 밖의 달빛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고...가을은 가고 있읍니다.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것도,
나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누가 그랬듯 사랑은 정말 가슴속에 남모를 비밀을 묻어 두는 일인가 봅니다.
그러나 나는 사랑이 아니었다 해도 우리의 이야기를 묻어 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을의 마지막 날인 것 같은 오늘, 몰래 꺼내서 바라보렵니다,
나는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사랑하니까요.
바로 지금 나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