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거돈사 삼층석탑

慧圓 2011. 3. 28. 08:07

 

들판이 사라지고 차창에 물결이 반짝거린다. 섬강이다.

강은 석축에 가려졌다가 다시 드러나고, 한동안 들판이 이어지다가 다시 강으로 바뀌곤 했다.

하늘에 봇 한 자루 들어서 금을 그어놓은 것은 수평선. 아무것도 없는 . 물로 가득 찬 하늘.

거돈사지로 가는길은 견훤로를 지나 섬강을 끼고 비포장을 뚫고 가야만 하는길로 들어선다.

꼬불꼬불 비포장 웅덩이진 길. 한참 공사중이라.

 

 

 

 

 

  

 

 

 

그래요.

당신이 있어서 내가 온답니다.

당신이 꽃이기에 내가 바람이 되고, 당신이 저 강물이기에 나는 때때로 사공이 된답니다.

 

탑을 만드는 당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다만 당신과 내가 무언가 질긴 것으로 한데 묶여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끊어지지 않을 질기고 질긴 밧줄 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제게는 이제 버릇이 되어버린 생각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보아도,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생각해도 그때마다 생각합니다.

 

늘 의롭게 살아야 된다고..

부끄럽지 않게 살리라 다짐합니다.

의롭게 산다는 게 더욱 어려운 일인지를 모르지 않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또 하루가 갔구나 싶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는 겨울이었는데 지금은 저물어 갑니다.

여름 가고 가을 가는 동안 산은 푸르렀다가 이제 겨울을 보냅니다.

내 마음 속에 당신처럼  탑을 만들어 가며.

다시 천년을 이어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