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주 탐방 1

慧圓 2013. 4. 7. 20:25

 

요즘 잠이 많다고 생각했더니 봄이다.

현장 일을 마치고 와도 날이 아직 훤한지라 봄을 맞고 싶어 경주에 가기로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볍게 오갈 수 있건만 공연히 분주하여 작년 명절이후 가지 못했으니. 

경주는 건축이 제한된 고도라 녹지면적이 가장 많고 IC만 벗어나도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 도시다.

색감부터 달라진 하늘이나 구름, 겨울 내내 언 땅도 갈무리되어 초봄의 공기를 쐬고 나무마다 움이 초록 불꽃처럼 돋아 칼칼하게 찬 공기를 좋아하는 내게 흐드러진 듯한 봄은 산만하게도 느껴지지만, 생명의 환희처럼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이 봄을 어찌 지나칠 수 있으리.

좀 더 깊게, 좀 더 뜨겁게, 좀 더 환하게, 좀 더 아늑하게, 좀 더 평화롭게....느끼고 싶다. 경주에서의 봄을.

 

 

 

 

 

 

 

아담하고 묵직한 당간지주를 보고 남산 칠불암 입구의 염불사지를 간다.

처음 본 사람이면 자체인양 그 미감과 비례에 감탄하겠지만, 복원된 탑이 또 이렇게 아름다운건 새로운 발견이다.

유적은 이렇게 장소따라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고 보는 시간대에 따라 다름을 절실히 느껴본다.

 

 

 

 

 

 

 

 

 

 

 

 

 

답사를 하다 보면 그 당시 보지 못했던 부분이 사진의 명암에서 또는 각도에서 보여지는 느낌들이 또 다르다.

어색한 팔의 라인이 마모된 얼굴만큼이나 도드라져 당시 느꼈던 감흥에 절제를 주지만 전체적인 비례감과 무게,

무엇보다 석불 대좌가 돋보인다. 

 

뒤에 있는 저 돗자리를 치우는 바람에 밭에 일하다 돌아오신 할머니께 타박을 들어 아직도 씁쓸한데.

이리저리 돌아보며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모냥이 다소 거슬리셨던 거라..

문화재 지킴의 자세가 어떤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