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고독

慧圓 2023. 5. 20. 02:08

 

 

 

 

그녀는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잠을 깼다.

스토리를 이어가던 꿈에서 잠시 방황을 하다 방안의 불빛에 정신이 들고 시계를 본다.

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고 모든 인간들이 망각의 늪 속으로 빠져 있는 시각이다. 

흔들흔들 불빛만이 춤을 추고 있을 뿐이다.

절망적인 공기, 하루 종일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슬픔이 은빛 지느러미처럼 파닥이며 올라온다.

개구리 포접 소리에 슬슬 울화가 치밀어.

'누구는 모두 떠난 자리에 홀로 지새는데 지들은...!'

그녀가 사는 곳은 도시이지만 풀잎이 입을 열어 이슬을 받아먹는 소리까지 찾아들면 들리는 동네다.

새가 날개를 일으켜 다시 접는 소리

방안을 기웃거리는 바람 소리

아래 집 어디선가 수탉이 우는 소리

그러나 자연의 협주곡은 개구리 울음에 묻혀버린다.

 

그녀의 절망은 어디에서 부터 온 것일까..

아침에 갑자기 걸려온 친구의 전화.

3년 만의 통화다.

<보고 싶었어...>

며칠 내내 그녀의 생각으로 뒤척였다며 헤어진 연인의 안부를 묻는 탓에 그녀의 절망이 시작됨이다. 

애써 참아 왔던 절망과 슬픔이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색깔의 감정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몸을 떤다. 

떠나는 자들만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더 버틸 힘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절망으로 탈출하는 건 아닐까.

똑같은 절망을 만나러.

지나온 시간 속에서 모든 노력과 간절함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하나의 절망에서 또 다른 절망으로 건너가는.

천상의 샘물에 몸을 씻고 머리를 쉬고 싶었던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해가 떨어지면서 바다 위를 덮고 있는 구름 사이로 빛의 기둥처럼 붉게 뻗어 나오던 햇살도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뜨는 해는 지게 되어 있는 법.

그리고 아침이면 또 어김없이 해가 뜨는.

그 밤을 고독으로 하얗게 불태운 그녀는 애써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