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사 계곡
그림 보다 더 색감 있는 하늘.
몽실구름이 산 주머니에서 그냥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불거져 나온 돌바위에 거칠은 물살.
말갈기와 같은 풀이 계곡 사이사이 곱게 뒤덮여 있어서 햇빛이 아름답게 반사되고 있었다.
계곡은 바람소리, 물소리에 한시도 고요하지가 않다.
그것은 내 마음과 같이 경박하다 할까 산란하다 할까 그런 광경으로.
보는 마음은 조금도 안정되지를 않는다.
탁족으로 머리 끝까지 한기가 든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
카드 놀이로 아이들의 앵벌이로 나선 동생.
이소룡이 웃고 가겠지만 딴에는 꽤 열심히 근육 자랑에 몸부림.
어디가서 제발 우리 아는체 말아야 할텐데...
꼴갑 떤다고...재수라고..
동생들의 원성에도 아랑곳 없이 디립다 책만 잡았더니 밥을 안주더라...
육중한 몸매와 달리 항상 바쁜 송서방과 여인네들의 망중한.
돌아가신 우리 조상님이 오셔도 반갑지 않을 이 여름날씨에 어깨동무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은빛 구름은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 간다.
운무가 몰려오는 산은 자욱한 안개까지 피어올라
철수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옮기는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입구쪽에서 차량통제를 한단다.
할수없이 1박을 결정하고 다시 텐트 설치.
칠흙 같은 하늘에 별 하나 없었는데 자정쯤 되었나..
웬 싸이렌 소리에 나가 보니 건너편 피서객이 계곡물에 자다가 곤욕을 치뤘나 보다.
119 구조대가 어느새 와 있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 싶게
아침은 눈부신 햇볕이 구석구석까지 물결처럼 스며드는 좋은 날씨라
우리는 또 귀가를 잠시 미루고 다리 밑으로 자리를 편다.
집나가면 개고생을 마지막 피크에 마음껏 누려보기로 하고.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를 다리 밑에서 바라보는 재미도 그닥 나쁘지 않다.
집에 남아 있는 자식넘들 걱정은 뒷전인 집나온 여편네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우리 박서방은 마누라가 자신을 폐기처분 하려고 경매 붙인걸 알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