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새
늘 그 자리에 있었을 터인데 늘어진 가지가 연두 빛이 되고 봄꽃이 날리고 나서야 길가의 가로수들이 바람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식후 피로까지 겹쳐 참 가열차게 졸았다 깨어나 보니 어느새 봄 볕이 오후를 적시고 있다.
4월이 시작된 것도 봄이 차오르는 것도 모르다, 피로하고 건조하고 졸린 육체로 인하여 정신이 번쩍 든다.
밤새도록 나가 있던 정신 다시 챙겨 의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척하지만 봄날과 다짐은 유효기간이 짧다.
작년 한 해 주니와의 알력은 나의 몸과 마음을 온통 기진하게 만들었다.
우리 속담 중에
"아이도 낳기 전에 포대기 장만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고 경상도를 하루에 가랴" 하는 말이 있지.
모두 성미 급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네 어른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일을 순서껏 하라고 가르쳤다만, 정작 내 새끼에겐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내 부덕의 소치였다.
범천동에서 준이의 스튜디오가 1여년 고전을 하면서 아이는 다리 부상까지 입는 악재와 나의 질타, 눈치로 서로를 상처 입히고 할퀴면서 참 많이도 허망해했다.
결국 광안리로 샾을 옮기며 새롭게 단장한 지 어언 4개월.
독립과 함께 내 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므로 안되더라도 앞으로 정말 관심을 끄고 싶다.
솔직히 이 치밀한 애정에 나 자신도 두렵지만.
<그날의 미술관>
"가난하다는 것은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네카가 한 말이다.
어쩌다 이런 말에 위안을 받는 자신이 참으로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아직 나에게는 있다.
가난도 낭만이라는데...하긴 부자가 낭만이란 소리는 없지.
또 새로운 다짐.
지나가 버린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잊을 것은 잊으면서 내일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