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냉전

慧圓 2012. 2. 22. 19:49

 

 

 

 

1막.

현장에서 시킨 치킨 한 마리가 오롯이 남아,

주니 생각이 나 싸들고 오며

---아들, 어디...집이야? 치킨 갖고 가니 설겆이좀 해 놔~~

그러나 집에 오니 친구들이랑 라면 끓여 먹고 난 뒤 난잡함의 잔상이 그대로다.

---뭐야~~

그런데도 행동의 민첩함이 없고 에미말에 응대하는 성의가 없다.

갑자기 '무시'의 시신경이 자극 되어지며 치솟는 욱!

앙칼진 소리가 날라간다.

 

 

2막.

아무래도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에, 차용해준 빚을 못받은 채권자 같은 심보로 다음 지시를 한다.

---어항 고기 다 죽겠다, 물 갈아줘.

하달에서 바로 제 방에서 튀 나와야 될 인지시간이 넘어도 꿈적이 없어 어? 요넘이! 할 찰나에,

마치 영화의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는 위기일발의 제로에 맞춘 장면처럼 스윽 나온다.

할 수 없이 혀끝까지 나오려던 격앙의 소리를 말아 삼키지만 이미 기분은 구겨진 종이다. 

 

 

3막.

지훈 엄마가 저녁에 놀러와 학교 일로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 주니에게 몇가지를 물어보는데

제 방에서 나오질 않고 대답만 하는 버릇 없는 태도에 또 욱!

---얘, 뭐얏! 나오지 않고 말만 던지니? 버릇 없게!

휴화산에 스을슬 불씨를 당긴다.

 

 

4막.

망쳐 버린 기분으로 아들넘이 괘씸해 수습이 안되는데

그만 가야 겠다며 나서는 지훈 엄마의 기척에도 냉큼 나오질 않는다. 

결국

아니, 얘가!!

하는 소리에 그제야 어슬렁 나오는 걸 보고 활화산으로 분화 되기 시작 했다.

 

 

5막 까지 갈 인내도 없이

---한 창준!! (이름 석 자를 다 부르는 건 분노의 임계치가 꼭지까지 닿았을 때다)

---왜 그래 너! 뭐야? (수치를 조정한다. 이미 화났다는 걸 아는 눈치이기에)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거든 무엇인지 얘기해 봐.

"잘못한거 알고 있는데..알고 있어서 내 방에서 공부 하고 있는데... 엄마가 화를 풀지 않고 계속 기분 안좋게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아주 허엉 소리내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깨까지 들썩거린다.

너무 너무... 서럽게 운다--;;;

차암 내ㅠㅠ

---알았어...알아 들었어. 씻고 자.

그래서 이 넘과의 냉전은 오래 가질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