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너...누구냐!

慧圓 2012. 3. 14. 22:49

타악, 탁. 터엉~ 또르륵....

잠결에 들리는 금속성 소리. 딱딱한 막대기로 무엇을 때리는 소리, 짧은 난타질..

한 밤의 소음들이다.

처음엔 윗 층에서 늦게 무엇을 만드나 그랬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간간이 끊임 없이 들려온다.

신경 세워 소머즈 청력으로 들어 볼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위는 잠잠하다.

 

준이가 귀신을 보았다는 그 날,

제 방에서 동침을 원해 옆으로 조신히 몸을 눕혔건만 수학여행 가서 다치고 온 깁스 팔이 영 신경 쓰여,

아이가 코를 골자마자 살며시 빠져나와 내 잠자리에 드는데 또 들리는, 따악 딱...

잠속에 마악 빠져 들어 귀찮기도 하고 깨어 나면 두번 다시 잠 청하기도 어려워, 아니 사실 잠을 못 이루며 혼자 앉아 있으면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은 정신상태에 시달릴 것 같아서.

한밤에 느끼는 막막함...두려움에서 일부러 정신줄 놓는데 다시 정확히 두 번, 노크 소리가 들린다.

흠...안돼. 깨어나지 않으려는 몸부림, 귀신에게 이 무슨 약한 비젼. 

'그래, 너 있는거 알어~ 어쩌라고..' 그러며 또 디비잔다.

 

그 이튿날 아침.

준이에게 물어 보았다.

---귀신 봤어?

"???......엄마가 내 귀신꿈 어떻게 알어?"

---??.. 너 어제 귀신 봤다며? 그래서 같이 자자 그랬잖어...생각안나?

"어? 난 꿈인 줄 알았는데...그게 진짜 였어?"

---...어떻게 생겼어? 여자야? 남자야? 젊어? (한심한)

"여자인데 할머니는 아닌거 같어...몰라, 눈만 봤어.."

또 오늘 아침엔 이넘이 거실에서 자고 있다. 내가 자는 소파 밑에서.

귀신 덕분에 녀석이 나와 가까이 자고 싶어하는 맴은 흐뭇하나 멀쩡한 넘이...기저귀를 채워야 하나...  

"엄마, 어제 또 봤어...귀신이 안방 문에 서 있던데..." 

 

아무래도 우리집에 보이지 않는, 기거하는 식구가 하나 더 있다.

낮에는 조용하다가 잠드는 시각, 고요할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기척.

그러고 보니 사실 내 방에서 거의 잔 기억이 없다.

레이스 커튼에 공주풍 같이 꾸며 놓고 자보려고도 했었지만, 이상하게 안방으로 들어가지질 않는다.

어쩌다 자보면 머리가 개운치 않고 꿈자리도 뒤숭숭, 가위에 눌러 식겁을 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눌려 눈을 뜨고 싶은데 뜨지지는 않고 꿈이라 생각하면서도 깨어나지도 않고 발버둥친 적이 두어번 있었던 게라.

그래서 우리집 안방은 내빈용이다.

주인을 잃은 침대는 소임을 다하지 못화고 자리만 덩그마니 지키고 그 주인은 소파와 합일체가 되어 휴식, 취침을 오로지 그 곳에서만 한다.

얼마전, 잘 가는 절의 주지 스님께 지나가는 얘기로 물어본 적 있었다.

---제가 올 해 이사운이 있나요?....

"음~~빨리 그 집에서 나와야 겠구먼... 시끄러워."

헐~~~~

친구에게도 얘길 했더니 올 3윌이 윤달이라 귀신들이 벌써부터 휘젓고 돌아다니는 모양이란다.ㅠㅠ

윤달에는 묘 이장등 궂은일을 많이 한다나.

가만보니 우리집 귀신은 썩 그리 파워 있는거 같지도 않고 월하의 아우라도 풍기질 않는거 같은데. 

허면 내 무엇을 방해하는고?

내가 방문 뒤에 숨어서 왁! 놀래켜 볼까..마스크 팩 쓰고.(정말 이 짓까지 하면 대남병원 가야된다.)

 

대체 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