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너에게 3

慧圓 2014. 2. 24. 21:03

 

140129

삼양은 어제 업무 마감을 했고 DK는 오늘 공장 데크와 마당 타설만 남았었는데 60루베 밖에 안되어 오전 중 끝날 일이라 굳이 오늘까지 내가 있을 필요가 없겠더라구.

나 홀로 킬링타임도 그렇지만 미니가 아침 일찍 서둘러 귀대해야 하기 때문에 에미도 못 보고 갈 수 있어 어젯밤 같이 움직였지.

오늘까지 견적 넣어 주는 건 여기서 처리했고 삼실 애들은 근무하니까 뭐.  

피로에 지치고 긴장이 풀려 집에서완 달리 일곱 시간을 내리 잤어. 

너를 생각하기 위해 단 한 번 잠을 깬 것 말고는.

 

경주에서의 휴가는 나 자신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말자 했는데,어쩐지 이곳에 도착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산재되어 있는 거 같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조차도 모른 상태로 보냈지.

아침 일찍 터미널에 미니 배웅해주고 대릉원에 잠시 들렀다...이상한 하루를 보내면서 그것을 견디기 위해 술을 좀 마셨더니 정신이 혼란한 상태로 있어. 이 상태로 앞으로 이틀의 경주를 정교하게 계획을 잡을 수 있을까.

못 보았던 황복사지랑 남산을 갈까 했는데 단석산 마애불 장군을 다시 한 번 보려고 해.

 

하루를 마무리하며 너에게 편지 쓰는 게 위로가 되었어. 

다시 따스한 봄날이 오리라는 걸 안다는 것은 자신에게 얼마나 용기를 주는지 몰라.

미니는 휴가 와서 주니에게 길잡이 노릇도 하고 사촌에게도 살갑게 해서 미웠던 하루를 완전 보상했어.

주니의 진로에 대해선 더 이상 나의 생각을 피력하지 않기로 했어. 어떻게 결정하든 맡겨 볼 참이야.

미니는 해경을 추천했는데 아마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거 같아.

꿈에서나마 조언해주고 미소 지어주고, 내 얘기를 들어줘.

 

 

140130

어제 계획했던 답사지를 불성실한 굼벵이 학생들의 행동으로 일정 변경해 황복사지와 기림사를 다녀왔어.
작년 답사때 휘장에 가려 보지 못한 삼층석탑에 대한 설레임이 컸을까.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사진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니 무거운 지붕돌의 두께와 좁은 폭이었던 거 같아. 둔중한 느낌에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한 게 이제 7. 8 미터는 성에 차지 않나 봐. 뭉툭힌 상륜부 때문이었을까..
못 미친 마음에 천군리 쌍탑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그 샛길을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돌아가려 하니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해 내일로 미루었어.


기림사는 경주 끝자락 때문이었는지 줄곧 오가면서도 벼르기만 했었던 곳이라 마음먹고 갔었지.

다수의 중정에 가람 배치가 왠지 산만해 썩 당기진 않은데다 3층 석탑은 또 왜 그리 초라한지..

대적광전은 크기에 반면 맞배지붕의 짜임새가 없던 거 같아.

언니가 절밥을 참 좋아하는데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공양이 일찍 끝났다며 냉정히 말하는 바람에 명찰의 기운을 삭감시키고 더군다나 돌아오면서 또 갑자기 수근이 생각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증인으로 나온다는 류소장이 떠올랐어..그는 내가 혐오하는 비루한 인간 중 하나라 그에 대해서 참을 수가 없어 갑작스럽게 치밀어 오르는 노여움에 신선한 공기를 마다하고 그냥 일찍 돌아와 버렸지.
오늘 답사의 그르침은 역시 마음가짐이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어떻게 마음을 여는가에 따라 달라 보여지긴 해.

언니와 애들에게 아는 척 장광설을 늘어놓았더니 언니 학생 왈, "2프로 부족한지 확실히 알아봐 얘들아."
같이 간 준이 친구 성현이는 "엄니, 정말 대단해요. 짱~" 다소 호전된 기분.

아까 들오면서 애들과 맥주를 한잔 해서 대리운전 전화를 했지.

보문단지라고 하니 대뜸 "정**님. 경주 갔어요?" 하는 거야.
이 무슨 시츄에이션. 너 누구냐!  흐이그~ DK 김대리에게 전화를 했던 거야.
우리 학생들 모두 멘붕.. 준이가 특히 "와우 엄마 정말 대박이다" 를 연발.
---나 왜 이러니...이것도 모두 네 탓이야!

 

 

140131

그래도 연휴인데 영화 한 편은 때려야 하지 않나 싶어 빈곤의 채널 속에 건진 게 적벽대전. 안 봤다는 언니와 조카 때문에 주니와 난 안 본 척하며 음습한 자세로 다시 보았지. 스펙트럼이 넓은 성현이도 우리의 기류에 동참하고.

보지 않았다면서 연신 다음 장면을 미리미리 토킹해주는 눈치 없는 소스에 휴~버리자니 아깝고 써먹자니 신통찮은..이걸 계륵이라 하지. 모두 어렴풋이라도 삼국지는 다 알고 있을진대 굳이 주니는 영화에의 흥미마저 깨고 있더라고. 끙

 

집으로 돌아 가는 날.

언니네 예매 열차가 오늘이라 일찌감치 서둘렀어.

그런데도 세상에! 신경주역을 3킬로 남겨 놓고 정체가 너무 심한 거야.

출발시각은 10분 밖에 안 남았는데 어떡해. 편도 2차선에서 발만 동동거리다 에라잇! 하며 비어 있는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했지. 언니나 애들은 어어, 했지만 찰나의 판단으로 무사히 열차에 태우는 신공을 발휘했지.

표를 예매하기 위해 직원들이 이틀동안 역에서 보초서며 끊었던 수고를 생각하면 도로 정체로 열차를 놓칠 순 없잖아.

불법이었지만 아직도 나의 신공에 혼자 감탄해 하고 있어.

정작 우리는 경주에서 집까지 거의 다섯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