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명절 음식

慧圓 2012. 1. 22. 19:49

 

제사는 없지만 명절 상차림은 좋아라 해서 매년 제대로든 아니든 나름대로 구색을 맞게 차려는 본다.

우선 생선으로 치자면 민어, 조기, 납세미를 기본으로 하고

생선중 으뜸이라는 도미는 애들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사실 텁텁한 생선살이 맛은 항개도 없다.

팬에 기름으로 조리하는 집도 있더라만 나는 꼭 찜을 고수하는데, 

그래야 그위에 살짝 깨소금을 뿌려도 착 달라붙는 생선의 끈적이는 액질을 만날수 있기도 하지만 담백한 맛과 

남은 생선 대가리로 쌀뜨물에 끓이는 곰국은 그 맛이 일품이라.

그다음 다섯가지의 나물로 콩나물,도라지,시금치,고사리,미역.

생선을 찌는 큰 솥에다 나물을 차례대로 하나씩 볶고 삶고 데치고.. 큰 솥의 용이한 점은 고사리 나물을 할때 제 발휘를 낸다.

내용물을 웬만큼 볶다가 중앙에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주면 도우넛 처럼 생긴 공간에 국물이 모이는데 가장 사이드로 살살 뿌려줘가며 뭉근히 졸인다. 통깨을 살짝 뿌려 주는 센스.

내가 보기에도 아주 깜냥으로 음식을 척척 해내는 요리계의 고수 처럼 나무 주걱을 슈웅~쉬익~휘저어 가며,

마무리로 참기름으로 항개씩 낙인 찍을 즈음엔 자신의 생각에도 달인의 경지에 이른듯 한데ㅎ.

사실 나물은 칭구들이 얻으러 올 정도의 실력도 되는지라 우리 식구 먹을 양의 다섯배는 해야 한다.

또한 많은 내용물로 조리하여야 맛도 더 나는게 나만의 비법이다.

이집 저집 나누어주고 남아도 이틀 동안은 비빔밥 대용으로 훌륭한 뒤처리 까지 되니 뭐...  

다음 수순으로 튀김과 전붙이기.

올해는 고구마, 오징어만 튀기고 새우는 일이 많아 생략.(이번에는 튀김가루에 달걀을 좀 많이 풀었더니 바삭한게 좀 덜하다ㅠㅠ)

냉동된 명태살에 소금 후추를 뿌려놓고 물기가 빠지기를 기다린 다음 아주 약한불로 계란옷으로 모양을 잡아가며 이쁘게 부쳐준다.

밀가루에 계란물에 손가락 범벅이 되면서 기름 둘러가며 좌우 정신 없는데 두 아해들 소파에서 개콘 보며 낄낄대는게 영 신경이 거슬려... 저넘들, 운동장 뜀박질을 시켜? 또 집안 대청소로 함 잡아?...

튀김 냄새에 자극 받아 어슬렁 다가오며 한점씩 집어가며 먹어대기에 은근 약발 올라 한마디 티나가려는 찰나, 

눈치 빠른 주니. 얼른 튀김 항개를 에미입에다 넣어주니 뭐라 말도 못하겠고.. 약삭빠른 넘.

그런데 눈치라고는 드럽게 없는 큰넘은 소파에서 데굴데굴 갖은 포즈로 엑스레이 찍더니

"야~새우 튀김좀 갖고 와라" 하지도 않은 새우튀김 대령하라고 동생에게 시킨다. 

전을 다 부치고 이제 소금간 해 놓은 두부도 부쳐준다.

두부는 값은 곱배기지만 우리 것을 사야된다. 그래야 밀가루를 묻혀 계란옷을 입혀도 물이 안생긴다.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 두부를 주니가 제일 좋아라 하는데 저번 수입을 사서 했더니 다 부친 전에서도 물이 항거석 나와

계속 담궈논 두부 같았다.

이제 탕거리 재료 손질.

탕국은 아침 일찍 끓여야 되므로

일단 양념에 재어둔 소고기와 썰어놓은 무우만 뽂아 놓고 각종 어묵과 조개, 새우는 손질만 해서 준비를 해놓는다.

보통 제사탕국은 파 마늘이 첨가되지 않아 깊은 맛이 없고 육수도 들쩍지근하거나 밋밋하기 그지 없는데 나의 육수법은

탕국이 한소끔 끓을때 준비한 대합 2~3개를 썰지 않고 그냥 통째로 집어넣어 다시 더 끓여준다.

간은 굵은 소금으로 마무리하면 어떤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낼 수 있다.

떡국의 고명은 생김을 살짝 구워 잘라 놓고 노른자 휜자를 채썰고 양념한 다진 고기를 준비하면 끄~읏.

참, 떡국 육수는 탕국으로 하면 더욱 맛나니~~  

 

이정도로 거의 얼추 된거는 같고 욕조물 받아놓아 저녁의 만찬을 기대하며 몸을 담궈본다.

만찬이라야 오늘 세트로 밉상인 두 아해들과 이제껏 요리한 음식들의 간보기로 안주삼아 한잔 걸치며 영화 보기이다만.

어째 오늘은 악수를 면할 수 있으려나?...

  

 

 

 

 

 

나의 절친 헬렌언니 땀시 급조된 사진 (2012/1/24)

 


 

 

 

 

 

밤늦게 나물비빔밥을 해먹고 있는 주니

 

흐미~노숙자삘 제대로 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