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도식
저녁놀이 물든 창 밖으로 아래 주택 단지에서 집 짓는 일이 한창이다.
밭에서 무언가를 태우는지 시골의 내음이 맡아지며 문득,
서양의 건축은 밑에서 부터 벽돌을 쌓아올려 마지막에 지붕을 만드는데
우리의 초가집들은 지붕을 만들고 벽을 바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생활의 도식(圖式)을 생각한다.
하늘을 생각하고 사는 것과 땅을 생각하고 사는....
잠자리 하나가 날아와 창 난간에 앉았다.
에세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가을 잠자리는 투명하다>
가을이 되면 잠자리의 모습이 가을 햇살에 투명하게 보이고
그것은 마치 잠자리도 쇠약햐여 육체는 죽고 정신만 너울너울
날아다니는 것만 같다는, 가을의 이미지였다.
<가을은 여릅이 타고 남은 것>이라고도 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떻게 그 삶이라는 나날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는 행복할까.
예상이란, 자신의 삶에 대하여 가지는 확신을 말한다.
나는 스무 살이 되었을때 어떤 사람과 만나 사랑을 시작할 것이며,
마흔이 되었을 때는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나날을 보내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상이 아니고 무엇이랴,
요즈음. 예상할 수 없는 하루 하루가
섬뜩 섬뜩 불어오는 찬 공기와 더불어 불안하다.
불안한 하루가 괜한 조바심이다 싶을 즈음
예고업이 무작정 초췌한 모습으로 들이닥친 지인.
그것도 이른 아침 아들 등교하기 전이다.
좋지 않은 예감으로 서둘러 아들들 학교 보내고서야
언니 상태를 보았더니....
팔뚝에 난 상채기와 군데 군데 멍이든 모습에
휴~ 이 언니는 왜 이런 사랑을 할까.
나더러 무슨 재미로 사느냐며 잊을만 하면 물어오는 질문에
사람 돌게 만들더니만,
이건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 사랑일까.
그녀의 무엇이 이토록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껴안는 힘이 되는 것일까.
왜 그남자의 감옥에서 다리에 족쇄를 차고 사는걸까.
다시 태어나도 이해 못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