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석가탑
慧圓
2011. 4. 25. 20:37
겨울이 갔다.
실내에 있기가 미안하고 죄스러울 정도로 맑고 푸른 하늘.
하늘에는 무너져내려도 아프지 않을 듯한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겨울은 내 마음에만 남아 있을 뿐, 이제 어디에도 없다.
봄인 것이다.
내 안에서도 꽃은 피어야 하리라.
이 봄이 가고 나면 내 빈 마음에는 무엇이 담겨질까.
인산인해를 이루는 그곳은 이상스레 비어 보였다.
빈 공중전화를 보면 까닭없이 들어가 전화를 하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으로 경내를 둘러 본다.
듬성듬성한 나무들 사이로 잔디와 클로버가 보료처럼 깔려 있다.
석가탑...
한뜸 한뜸 바느질 좋은 모시 한복을 입은 청상의 여인 같이 어쩐지 동양적인 초연함과 고고함이 배어 있다.
그 자태를 뽐내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멈추어 버린 시간 속에서 불타는 눈으로 속삭인다.
자, 이것만 안아요.
시간이 우리들의 약속보다 더 위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속삭임.
길고 긴 기다림 속에서 비워놓은 순백의 시간.
오늘은 일기에 이렇게만 쓰리라.
<종일 당신을 생각하고 그 끝에서 당신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