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복수
봄...바람이 분다.
극복해야 돼
삶은 계속되니까.
머지?
이 쓰다만 문구는...
간밤 대리기사와 분명 지구의 바이러스로 얘기한 것은 알겠으나, 이리 모바일로 끄적여 놓은 게 왜 기억이 없지?..ㅠ
늦봄의 햇살이 콧등으로 내리쬐인 아침.
주니가 또 소심한 복수를 시작했다.
기상 알람을 맞춰 놓고는 한 시간 동안이나 잠에서 허덕이며 십분마다 폰을 중지하면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하루 이틀이겠거니 싶어 내비뒀었는데 거의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여전하다.
참다못한 에미 결국 된소리 했다.
그게 얼마나 수면 부족에 악영향인지, 스트레스를 받는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왜 그렇게 자신을 고문시키는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휴식을 취해야 할 뇌를 어찌 혹사를 시키는지...등
육체가 정신에 기력을 줄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주니는 파괴로 나가고 있어, 오늘은 날 잡고 강하게 한소리 했더니 나름 구구절절 변명을 합리화 시키는 바람에 나의 성난 소리는 화염으로 솟았다.
---어떤 논리든 에미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맛, 용납 못해.
알람이 새소리나 맑은 벨 소리가 아닌 귀곡산장의 전주곡이라, 아침부터 한 시간 동안 온 집안에 울려 펴지는 호러음에 환장하는 줄.
그 시간에 사경(寫經)을 하는 에미에겐 미칠 노릇이다.
내가 그냥 깨워주면 되겠지만 열두 번이나 더 들락거려야 하니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 유발로 하루를 망칠까 가급적 피한다.
아침부터 한때까리 맞은 넘.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출근했다.
아...
에미는 그 웃음의 의미를 간파해야 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간 넘의 흔적은 욕탕 증기로 뿌연 시야를 가린 데다 변기 뚜껑을 연 순간.
악!
볼일을 마치고 고요히 뚜껑을 닫고 까먹은 것인데, 한두 번이 아닌 지금 벌써 여섯 번째.
으으으~~
<잠시 안구 정화로~>
봄 공기가 잿빛으로 가라앉은 저녁. 퇴근한 주니가 미안했던지,
"난 늘 엄마의 소녀 같은 면을 좋아해"
그 말을 들은 뒤 수증기와 뒤섞인 인분의 아침 기억은 사라지고 내 마음은 비눗방울같이 가벼웠다.
내 가슴에 들어와 있는, 아들이 머물고 있는 섬.
그것은 사랑이라 부른다.
근데 이 데자부는 머지?
나, 십 년 전에도 이런 거 올린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