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솔개의비상
시 : 박노해
창공에 솔개 한 마리 유유히 원을 그리면
온 마을 짐승들이 숨어들기 바빴지
솔개는 40년을 날아다니다 보면
서슬 푸른 발톱과 부리에 힘이 빠지고
깃털은 두꺼워져 날기조차 힘이 든다지
몸이 무거워진 솔개는 험한 산정으로 올라가
절벽 끝 바위를 쪼아 낡아진 부리를 깨고
밤마다 굶주린 창자로 홀로 울부짖는다지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두꺼워진 깃털마저 다 뽑아낸다지
그렇게 반년의 처절한 환골탈태 수행을 거치면
솔개는 다시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을 떠올라
새로운 30년을 더 서슬 푸르게 살아간다지
모두가 잠든 한밤중
타악- 타악-
절벽 끝에 제 부리를 깨는
솔개의 소리 없는 새벽울음
솔개의 이야기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자신을 끊임없이 연마한 자만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진리인 동시에,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라면 어떤 중요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이 든다.
이 영상물은 여러 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이나 홍보용 자료로 쓰이는데
나도 작년 학기초 강의때 들었던 것으로
개인적으로 나름 감흥을 받아 두 아들과 가끔씩 보곤 한다.
아그들도 뭉클하다네.
<환골탈태>
솔개는 새 중에서 가장 오래 날며, 순간 포착 능력이 아주 뛰어난 동물이다.
먹이를 발견하면 두 발로 순식간에 낚아채며 용맹스럽기도한 그 솔개의 수명은 자그마치 70여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40년 정도 살게 되면 신체적으로 노쇠해져서 발톱도 굳고,
깃털이 너무 많이 돋아서 그 무게감 때문에 날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리도 딱딱하게 굳어서 먹이를 뜯어먹기조차 힘들어진다고 한다.
솔개가 중대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도 바로 이즈음이다.
솔개는 이대로 죽느냐, 아니면 30년을 더 살기위해 극단의 조치를 취하느냐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30년을 더 연장하기로 결심한 솔개는 그 길로 멀고도 깊은 바위산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우선 솔개는 딱딱해진 부리로 쉴 새 없이 바위를 쪼기 시작한다.
그러면 부리에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로 인해 부리가 빠지고 새 부리가 나오게 된다.
이어서 솔개는 다음 작업을 수행한다.
새로 나온 부리로 자신을 무겁게 하던 깃털들을 모조리 뽑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쓸모없는 발톱들도 부리로 모조리 뽑아낸다.
이윽고 솔개의 몸에서는 가볍고 부드러운 깃털이 나오고,
발톱을 뽑아낸 자리에서는 새로운 발톱이 돋아난다.
환골탈태인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부리와, 날개, 발톱을 얻은 솔개는 30년이란 삶을 연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