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시무식을 마치고....

慧圓 2010. 1. 4. 16:12

 

 

현장에서 시무식을 마치고

작업자들 각 파트로 돌아서고서야

결국 비를 뿌린다.

업체 사장들, 날씨도 꿀꿀하고 비도 오는데 오리백숙이나 하지

해서 일행 다섯은 점심 식사를 잘한다는 산성으로.

그 요리가 꽤 시간이 걸린다며 쥔 할머니 동양화와 담요를 주고 가신다.

나도 들어와 광이나 팔라는 소리에

---지나친 애정과 관심은 반사임다. 대라(구전)담당 인께 헌납이나 잘하슈~ 극구 사양.

그래도 시무식 마친 새해 첫 근무일 인데...

 

난초는 때도 없이 개화했다.

벚꽃이 만발했고 허옇게 달이 떠 있다.

목단꽃이 그 위로 떨어진다.

시월 단풍은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김사장 전화벨 소리.

"어~응... 어디서 한다고? 뭔 부부 동반이래..알았어.큰놈  일찍 오라해"

"아주 사업도 가정교육도 여기서 다 하고 있네. 안칠거야!"

서너판 내리 피박에 배추잎 두어장 나간 이사장.

패를 돌리는 박상무의 손이 담요위에서 번득인다.

두장의 화투중 시월 단풍을 던진다.

그리고 뒤집은 패가 풍이다.

"하이고~이게 뭐야. 하필 십이 거기서 나올 거 뭐야."

"와? 줄까?"

김사장을 향해 집어다 놓은 청단 띠끗짜리 풍을 들어 보인다.

'박상무는 꼭 끝판에 가서 긁어모으길 잘혀~"

"늦게야 뭐가 되는 거 그게 바로 나 아니가. 집에서도 초저녁에는 꿈적도 안하다가 새벽만 되면 슨다니까."

내 눈치 보며 키들키들... 

이쯤 되면 나의 제동이 시작된다.

----입들이 왜 그리 저렴해?...격있게 놉시다, 격있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권태가 타오르는 연기, 담배 연기.

일상의 무료가 썩어 가고 있는 냄새가 견딜 만하게 방 안을 맴돈다.

조금씩 끈적거리는 대화며,

마른 흙이 부셔져 내리듯 서걱거리며 안락함이 

각자들 얼굴 위에서 마른버짐처럼 돋아난다.

적당히 잃어버린 수치심이 늘어난 주름살에 뭉실거리고,

모두들 중년의 뻔뻔함이 서려 있다.

풍요와 안락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닫아 건

그들의 생활 속에서 안일이 썩어가는 냄새가 퍼져 나온다.

그것은 은은하나 또한 무자비하다.

시내에서 한시간 쯤 떨어진 산장 속의 집이라

적막하게 화투장 두드리는 소리가 흐린날의 칙칙함이 기어드는 방 안을 감싸며.

 

두시간에 걸친 오락과 점심식사.

밖은 이미 개어 있어 오후의 태양이 살짝 비친다.

내일 까지 두건의 견적을 마무리 해야 하는데....

내 마음만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