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엄마의 남자친구

慧圓 2009. 11. 4. 16:16

 

무릎 연골 손상으로 인한 엄마의 수술이 불가피 하게 된거라.

연세가 있으셔 웬만해서 수술만은 피하고 치료만으로 통증을 버텨오시다

이젠 도저히 산책에도 무리가 있으신지 결국 오빠와 의논끝에 결정을 해버림.

 

올 가을엔 우리집 기운에 웬 사고가 이리도 겹치누.

우선 우리 애들과 난 감기로 고전을 했고

언니가 싸이클 동호회에서 낙하 하는 사고를 당해 손목뼈 골절,

엄마의 다리 수술,

올케 어깨죽지 칼륨 뭉쳐 제거수술로 오늘 입원.

나열 하고 보니 정말 액운이 아닐 수 없군.

그나마  제일 경미하게 비껴간 것이 우리집이니...

함 푸닥거릴 해???

 

이런 형편이라 엄마의 병간을 제대로 못함이 어쩔수 없고

건재한 이 막내는 이리 현장야간이니 철야니...

더군다나  삼각구도를 짜듯 병원들이 모두 제각기 인지라

하루 한군데 얼굴 내밀기도 어려운 시간이라.

해서 오빠네, 언니네는 무시하고 엄마를 보필 해야 하는  입장에

입원날 하필 회장님 주재 전 공정회의.

 

옆에 그 어르신이 안계셨다면 참으로 내가 난감한 처지였는데,

그동안 어찌 그리도 이 버릇없는 이몸은 쌀쌀히 굴었던지.

 

나에게만 집착하시던 엄마는 그 애정이 이 못된딸의 짜증으로 밀려

한동안 우울해 하시다가 점차 복지회관 다니면서 회복하시곤,

노래에, 스포츠댄스에, 친구들과의 어울림에 총총 하셨지.

 

남자친구 사귄뒤로 우리집 살림도 등한시 하시궁,

그래서 또 이 못된딸의 성질도 참아 가시더만,

저러다 말겠지 싶은 나의 심술에도

어언 4년이란 세월이 흘렀더라.

 

그동안 참으로 내게서 핍박어린 눈총을 받아온 두분은

생일이나 명절날, 집안 모임에도 항상 나란히 동반하심.

두언니와 오빠에게서 받는 대접과 환대가 클수록 

이 못된 망아지의 막내에게서 받는 냉대는 더욱 커져간 것이라

언니들이나 오빠는 어쩜 그리도 넉살들이 좋으신지

아예 '아버님' 소리를 대놓고 해 나의 약 은 더욱 바짝 올랐었지.

(참, 노친네들 주책바가지셔!!) 하는 나의 눈총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버티신 거라.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나이 삼십에 홀로 되신 그 맘을 생각함

이래선 안되지 하며 머리를 줘박는 반성도 안 했겄는가,

허나 막내의 기질은 어쩔 수 없드만.

위암으로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 땀시 정 도 모르고 엄마 치마폭만 잡고 커온 막내에겐

칠순이 넘은 엄마의 이성 친구가 <적>으로 비치며 서러웠던 거라.

언제가, 아마 설날 이었었지,  울 아들들이

"엄마, 그 할아버지 진짜 우리 할아버지야?" 하길래

---아니, 가짜 할배.

그랬었다. 이 철부지는...

 

동물도 제 이뻐하고 싫어함을 알거늘, 

그 어르신,

나의 냉대를 왜 몰랐겠는가.

그래도 부닥치면 늘 먼저 웃고 반가움을 건네 주는데,

그것도 마뜩치 않아 시선 피하고 모른척 하기가 일쑤.

이 못난이를 부디 용서하시길.

 

오늘, 내 할 일을 대신 하여서 그런 것만은 절대 아니라,

뒤늦게 병원 쫒아 갔더만, 링겔 꽂고 거동 불편한 엄마 잔시중을

어찌 그리 살갑게 대하는지,

순간, 자식이 무에 필요 있어.. 그런 맘까지 들데.

돌아서 나오는 길, 그동안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이상하게 교차 되더란 말씀.

---어르신,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로 그동안의 속죄가 된 것인양, 후련함을 가지려는 이 교만.

참으로 못났다.

 

이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겨, 우리 두 아들중

내게 그런 대우를 해주면.....

 

 

다리 몽뎅이 분질러 버릴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