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엄마.. 집에 갑시다

慧圓 2021. 1. 19. 03:10

 

엄마
막내 왔어.
저 왔어요..
주니 에미가 왔다구요..
제발 눈 뜨고 나 좀 봐...
나 좀 봐줘.. 한 번만...
어떡해.. 나 어떡해 엄마.
일어나.. 일어나서 혼 좀 내. 혼좀 내줘요
뭐가 그리 바빠서 애타게 찾는데 모른 척했냐고.
왜 전화를 귀찮게 받았냐고.
못되게 그랬냐고.
혼좀 내. 제발...
미안해요 미안해 엄마.
일어나 갑시다. 이제 집에 가십시다.
일어나서 경주 가야지.. 좋아했잖아요
할아버지랑 애들이랑 또 가요..
가서 목간도 하고 고스톱도 치고 사경도 합시다.
책 한 권을 다 썼잖우. 길자씨가 다 썼잖아..
연필로 써서 잘 안보이더라. 다시 볼펜으로 써 봅시다.
제발 한 번만 정신 차리고 바라봐.
나 벌 받았어.
나 이렇게 괴로운데, 이만큼 벌 받았으니 됐잖아..
이제 털고 일어나 가요 응?

아무리 아무리 귓등에다 대고 소리쳐 보지만,
눈꺼풀을 까서 촛점 없는 눈동자에 나를 디밀어 보지만,
길자는 미동도 없다.
엄마의 의식은 삼 일 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
나쁜 일은 그때 생각해도 된다.. 했는데 이렇게 빨리 우리 곁에 올 줄은 몰랐다.
물에 빠지기 전에 바지부터 걷어 올려야 했었는데.. 엄마가 찾을 때 두말 않고 달려갔어야 했는데..
이렇게 마음이 스산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확실한 건 이제 내 몸밖에 믿을 게 없다는 것이다.
스님도 급하면 부처 뒤에 숨는다는데 나는 이제 숨을 수 있는 엄마 등이 없다.
위로받고 의지하고 버팀이 될 수 있는 그 자리에... 엄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