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청춘이여~
민이가 정기휴가를 왔다
장장 9박 10일.
일 년 동안 대학 기숙사 생활한 놈을 새삼 떨어져 있었다고 짜달이 그렇게 썩.. 애달픈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군대는 군대여서 야밤에 쓰레기 태우며 간간이 전화하는 민이가 짜안쓰러워,
'아들 사랑해..'를 남발했었다.
또 장남은 장남으로서 제 역할이 있는 듯,
정시를 준비하는 아우에게 가혹한, 또는 냉철히, 또는 현실적으로 직언을 서슴지 않아 에미가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과감하게 처리해주었다.
덕분에 주니는 속내를 털어내는 눈물을 뽑았지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한 에미의 배려에 감동은 잠시, 자신의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 문제점을 얼마큼은 해소한 것 같다.
아이에게 나의 응원은 만기가 없겠지만, 무제한은 고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민이가 떠나는 날 과일을 깎으며,
사랑하는 이를 위해 준비하는 정성을 담는 <의미>를 이제야 깨닫는다^^
혹독한 청춘기를 절실히 겪을 때 사람들은 더 빨리 사물의 의미를 배우고 터득하고 어른스러워지는 거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빤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눈에 환히 보이는 길을 너무 뻔해 마다해서 어려워질 수도 있고 아쉽게 패하는 경우가 참으로 허다한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어려워서도 꼭 해야 하는 것 쉬워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해보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하는 것.
창피하지만 결국 나의 젊음 가치관을 바꿔 놓았던 건 쉬워도 하지 말아야 한 <술>이었다.
살려면 이왕 고급스럽게 살아야 했는데ㅠㅠ
"죄송합니다" 꾸벅거리며 들어가는 준이의 뒷모습을 무심코 보니..
취했다!!
이런, 시베리아에 개나리 필 일이.
이걸 확!
이불을 재끼며 일어나는 몸은 이미 고열에 싸여 두통이 작열하고 편도까지 부어 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화장실로 튀간 아이는 변기를 잡고 웩웩거리더니 제 방 침대에 그대로 고꾸라진다.
내 참, 에미 술 주량이 세습된 제 형도 이제껏 이런 꼴은 보이질 않았는데--;;
다음 날.
놈의 위장 속은 임진왜란이겠지만 가차 없어야 했다.
새벽 다섯 시 반에 깨워 양치를 시키고,
전날, 자신이 저질러 논 흔적을 치우게 하고,
쉬고 싶다는 말을 일언지하에 자르고 현장 가서 쉬라며 끌고 나갔다.
춘장이 숙취에 최고라는 나으 경험에 의해 짜장을 주니 놈의 인상은 완전 구겨진 종잇장이다.
아들 꼬라지나 감기로 골골거리는 에미나 모냥은 옆사람 민폐끼치기 십상이라 일찌감치 접고 귀가 했는데,
쓰다달다 말 한마디 안하는 에미가 종일 마음에 걸렸는지 이 놈이 결국 에미에게 엎어진다.
"어머니. 차라리 때리던지 야단을 쳐 주세요!..."
(헐~ 내 몸 아파 죽겠는데 무신..야단도 귀찮어 이눔아.) 그랬다 솔직히.
그런데 이 놈은 체벌로 생각했던 것이었다아~~ㅋ
딴에 준이는 자신의 상처를 위해 조언이 필요 했는지 모른다.
듣고 싶어 하는 이에게 말하는 것과 상대 의중 없이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에 효과는 천지 차다.
얘기 좀 해요.. 하고 다가오는 아이에게 개념 없이 왜 그랬니? 라는 바보 같은 짓을 할 에미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답안으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는 나름의 내공을 발휘해야 한다.
아들아
마라톤의 경주에서 꼴찌에게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기억하렴.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 끈기에 대한 그의 의지에 응원하는 것 일게야.
엄마는 너의 꿈을 응원하지만, 장점만 본다는 폐단이 있단다.
네게 쓴소리의 응원자가 필요할 때다.
형의 조언을 깊이 새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