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레드님의 운7,기3 의 포스팅을 보고....
남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밑천을 많이 갖고 잃을수록 크게 걸며 들키지 않게 속임수를 써라.
허세를 부리고 집착하는 힘을 일관시키고 입심으로 상대를 주눅들게 하라.
삼자와 꿍꿍이도 꾸며야 하며 겁을 주어서라도 상대의 기를 꺽어라.
팔법심요라 하는 도박꾼들의 지침서라고 이 규태씨의 칼럼에서도 나오지만,
도박에 빠지면 여섯가지의 불익이 따르는데 도박에 이기면 상대방이 앙심을 품게 되고, 지면 자신의 마음에 멍이 든다는 내용이 있다.
불로소득이나 우연한 행운으로 얻은 성공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전개될 것인가에 여지껏 부정해 왔던 나는,
정작 기운빠지고 소극해지는 요즘, 그 운이라는 것의 부정이 반대로 강한 기다림, 기대를 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님 수많은 운이 따랐음에도 나의 노력의 결과였다고 자만하지 않았을까.
혹, 노력은 10%인데 반해 운으로 여기까지 왔음에도 게을렀던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침 인간극장에서 곰배령에 사는 부부의, 고아한 품성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말한다.
"제가 운이 좋았던거 같아요...."
자기 만족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그걸 운으로 돌릴 줄 아는 지혜가 이쁘다.
발렌타인 데이.
직원들 책상에 쵸콜렛이 널려 있는걸 보곤, '차암, 아직도 저리 단것을 좋아하나?...' 지나쳤고
현장소장 책상에도 널부러져 있는 사탕들을 보곤 '영감 다 되었군' 했고
업체 사무실에서도 핑크빛 포장지에 싸인 갖은 모양의 쵸코렛을 보고도 그냥 무심,
아침에 이반장의 문자를 보았음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겨우 점심 자리에서 나온 얘기에, 더군다나 내가 줘야 하는지 받아야 하는지도 헷갈려
---왜 내게 쵸코렛 안줘?
그랬더니 내가 주는 날이랜다.ㅠ
저녁에 주니가 한아름 안고 온 상자를 보고서야 아~ 남자들이 받는구나 했다.
뭐..나에게 중요한 날도 아니겠지만 그런 이쁜 감성을 느끼기에 내가 그만큼 무디어졌나 싶다.
미니가 1박2일로 오리엔테션에 갔다.
바래다 주지 못하는 에미는 새벽에 떠난 애가 안쓰러웠는데 잘 도착했다는 전화에
---어때, 재미 좋아? 친구들은? 여자애들 이뻐?...
시덥잖은 질물들을 쏟아 붇는 에미를 위해 사이사이 실황중계를 보도해 준다.
우리 때는 하루 일정으로 학교 안내 친목 수준 정도 였던거 같은데 요즘엔 더욱 진한 밀도로 교류를 하나 보다.
공과대학에만 18개 학과가 있어 자기 과의 학생들만도 60명이 넘는다고, 그 중 여학생이 4명밖에 안된다고 완전 낭패한 목소리다.
근데 그 중 한 여학생이 낯이 익다며 다가와 말을 건네더라는데 가만 보니 면접 볼 때 같은 조였던 학생이란다.
숏커트에 보이쉬한 차림이여서 미니는 남학생인 줄로만 알았던 그애가 다가와 나긋하고 고운 목소리를 뱉을 때,
<엄마야~>라는 기분이었다고.^^
이뻐?이뻐? 택도 아닌 나의 궁금증에, 남자라면 잘생겼고 여자라니 그저 그렇단다.
그건 예전 엄마가 많이 듣던 소리 였는데....
한 때 말론브란도를 닮았단 소리에 상처가 오래 갔었다. 얼마나 굴곡이 많은 면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