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유심무심

慧圓 2012. 2. 20. 00:48

 

 

                                                        

                                                                                                                             

 

 

옛날 어느 마을에 주위의 부러움과 선망을 받는 노인이 5척이나 넘는 아름답고 긴 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원님이 이 노인을 불러 그 수염의 손질법과 잠들 때 그 수염을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자는지 넣고 자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이 노인은 정작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잤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히 밖이 아니면 속이었을 텐데도 평소에 무심코 그저 되는대로 잤기에 대답을 못하고 오늘밤 잠을 자보고서 알려드리겠다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노인이 그날밤 잠을 자는데 수염을 이불 속에 넣어보니 꾸깃꾸깃하여 불편하기 그지없고 이불 밖으로 내보니 턱이 당기고 시려 안정이 되질 않아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원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까지 '무심'의 경지에서 수염을 처리했던 노인은 질문받고나서는 겉인가 속인가 하는 '유심'이 작동하여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곧 수염과 自我가 융합한 상태에서 무심이 형성되매 수염과 내가 대립한 상테에서 유심이 형성된 것이다.

곧 무심지경의 터득이 선행되었던 것은 마음의 동요가 없는 상태라 하겠다.

마음과 대상이 하나로 융합되어 마음이 움직이는 대상에 구애받지 않게 된 무심지경,

참 어려운 일이다.

요즘 그 어느만큼이라도 무심해 지기를 갈망하는데 그 자체도 유심이라 마음의 변화무쌍을 어찌할 수가 없다.

자신의 것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무심의 작동인 것이라.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옅어지는 유심으로 내게도 어느만큼 무심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 경지를 득도하기 위해 저리 고행이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