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이번 추석은...

慧圓 2015. 9. 28. 00:36

 

하다못해 나폴리(통영)의 스파(월풀)라도 갈려 했다.

주니가 없어도, 까탈스런 서울네 모녀가 오질 않아도.

그러나 홀애비 처지 과부가 헤아린다고 엄마는 연신 혼자 있는 막내딸이 무에 그리 안쓰러운지 이번 명절엔 굳이 어디 뜨지 말고 엄마랑 그냥 집에서 뒹굴자며 당부에 또 다짐을 받는다.

그럼 올해는 집에서 놀아줘?  그래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뭐...

<그냥 집에 있으라 응?> 간절한 엄마의 요청이 아니래도 사실 추석 전야까지 현장 스트레스에 지친 마음을 쉬어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는 걸 포기한다.

 

 

 

 

추석 전야,

헌책방을 순례하다 미니가 추천한 돈가스집<토야카츠> 등심이 너무 두꺼워서 난 별로.

 

 

애용하는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으로 킬링 타임.

박완서나 이원복의 책은 아깝지 않게 건졌으나 나머진 소장용으로(다시 읽어도 좋으니깐)

셜록 홈즈는 주니에게 보낼 것.

 

 

 

 

 

모든 음식도 생략하고,

사실 제사도 없으면서 명절 때마다 마늘도 안 넣은 음식들은 조리할 때만 맛볼 뿐, 냉장고만 비좁게 한다.

결국, 미니와 서로 각자 제일 잘하는 요리 한가지씩 하기로.

미니는 <묵은지 갈비찜> 에미는.....................<김밥!>ㅋㅋ

 

 

 

 

 

추석 한낮 오수를 즐기다 모르는 전화가 오다.

아주 앳된 목소리

"안녕하세요? 저.. 창준이 업빠야 여자 친구라고 해요" 헐~

 

 

나의 아들을 낳은 게 모르는 누구에게 고마운 일이 될 줄이야.

 

이번 추석은...

대빵 큰 보름달임에도 고여 있는 물처럼 잔잔하다.

더 샐 바람도 없을 텐데 가슴에서 바람이 새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