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정의의 사도

慧圓 2020. 4. 23. 08:32

 

 

 

 

꼴딱 밤을 새우고 들어온 작은 넘의 눈에 졸음이 한가득이다.

그러면서 내뱉는 말.

"세상을 왜 그렇게 살지?... 엄마, 상식 밖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ㅠㅠ"

얘기인 즉슨,

새벽녘 귀가길에 서면역에서 술꾼 세 명이 공익 직원 하나를 잡고 고성을 뱉으며 윽박지르고 있었단다.

그중 한 놈은 아예 치고 패고 하는데 이제 갓 스물 넘긴 듯한 공익 직원은 맞으면서도 대항은커녕 피하지도 못하였다는 상태이고, 일행인 두 놈은 옆에서 낄낄대며 부추기고 있더란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었냐면 그것도 아닌 게 일반 사람들은 감히 접근도 못 한 채 보고서도 멀뚱멀뚱 방관하더라는것.

이즈음에서 정의의 사도나 베트맨이 나서 줘야 하는 거 아닌감.

그런데 그 사도가 주니라니 끙~ (세상 무서움을 아는 에미의 마음)

아저씨, 말로 하셔야지 이러시면 안되죠, 말렸더니 넌 뭐야? 새끼! 하며 주니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길래,

퍽! 칙! 컥!

두어 번에 꺾어 제압을 했더라나.

---이넘시키, 혹여 무기라도 갖고 있음 어쩌려고 (온갖 인간 별종들을 아는 에미의 마음)

"엄마 내가 그래도 특공무술 2단이야~"

---이단이든 삼단이든 불의의 습격을 당하기라도 했다면 어쩔 거여~ 그리고 그쪽은 세 명이라면서.

안 그래도 주니가 그 한 명을 제압하면서 나머지 두 명도 견제했더니 그놈들은 친구가 넘어지는 꼴을 보고 다가서려다 주춤, 주니의 손가짐이 범상치 않음을 본 것이지.

슬금슬금 물러서더란다.

그제사 공익요원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나와 정리를 하더라는데, 참 내 그때까지 그치들은 안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거 아녀ㅠㅠ

그래도 주니가 군대에서 한가닥 했던 지라 (절벽에 떨어질 뻔한 사병도 하나 구한 적 있음ㅎ) 아직 의협심이 남아 있다는 거지.

 

 

 

 

길자씨 병원에 검진 하는 날.

견적 마감, 결재, 부가세 신고 등 바쁜 일정으로 주니에게 할머니 케어를 부탁했더니,

새벽부터 사회에 정의를 구현시킨  거사는 수면 부족인 상태임에도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해준다.(에미는 다음 생에도 너를 만날 것이여~)

길자 씨가 퇴원 후 한 달 만에 하는 나들이다.

한 발짝 걸음은커녕 옳게 서있지도 못하는 상태라서 한사람이 부축하기엔 버거운지라,  나도 적잖이 걱정되어 일을 마무리 짓고 병원에 들렀더니 할아버지도 계셨다.

영상 촬영을 끝내 놓고 진료 상담을 기다리는 세 사람 곁으로 가 한마디 던진다.

---길자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벼~ 이렇게 여럿사람이나 대동하니.

"내가 그런 일을 했다냐?..." 끙

진료실에 같이 들어간 주니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에 귀 기울여 듣고선,

"할머니! 수술 후에 찍은 사진하고 지금하고 크게 나쁜거 없이 괜찮대요! 아직 뼈가 덜 붙어서 그러니 식사 많이 하시고 근육이 붙으면 충분히 걸으실거래요!"

길자의 귀에다 거의 고함치듯 전달한다.

그러면서 엄마의 운전은 할머니 허리에 진동을 가할 수 있으니 자신이 하겠다며, 복장 터지게 40킬로 속도를 유지하는데 콱! 줘박고 싶은걸 참느라ㅠ

"할머니 오랫만에 바깥 구경 좋으시죠? 저기 유채꽃 좀 보세요. 그런데 기름 넣어야 하니 좀만 참으세요.  아이구 울 할머니 넘 많이 앉아 계셔서 ..."

때아닌 살가움에 에미는 오금이 저리더라ㅠ

 

성격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된다.

주니의 좋은 성격은 추위나 서리에 상처받으면 풀이 죽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만나면 쑥쑥 자란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난 역경과 슬픔과 좌절이 정신력을 강하게 한다는 주장에 반대다.

자신이 행복해야 비로소 상대방에게 친절도 베풀 수 있는 법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