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주니에게서...

慧圓 2019. 4. 17. 08:27

 

 

 

 

 

엄마 오늘 책이랑 편지 받았어요.

‘글은 기성명이면 족하다’는데 엄마의 글을 보면 글공부를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책읽는게 재밌어서 그런가? 그래서인지 엄마의 글을 보고 보고, 또 보고 저도 의자에 앉아 무심코 두드려봐요.

호주에 오게 돼서 외로움, 허무감, 그리고 낭만 이 세가지 것을 가장 많이 느꼈어요.

외로움은 ‘혼자’인 상황에서 오는 것 이었어요. 늘 누군가와 함께였던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가 된 거니까요. 한국에 있으면서 느꼈던 외로움과는 비교도 안되게 칠흙만 가득한 방이 되어서 저를 가두었어요. 어머니 그리고 도의, 주위사람들이 저에게 너무나도 큰 존재라는걸 새삼 깨달았어요. 서로의 마음을 꺼내서 맞댄다면 오차가 그리 크지 않을 사람들이니까요. 눈물이 많이 나왔죠. 그렇게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허무감은 ‘혼자’ 하는 생각에서 오는 것 이었어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낭만과 허무함은 한끗차이라고. 맞는 것 같아요. 혼자 하는 생각, 상상들 중 허무맹랑한 생각, 상상들이 반 이상이니까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 만화같은 상상, 비현실적인 상황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만하라는 듯이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고 그만둬요. 그런 생각들이 허무감으로만 남진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나의사람들에 대해, 내가 하고자 하는것들에 대해 더 깊이 나에게 스며들고 있으니까요.

 

낭만은 외국의 모습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어요. 모순적이게도 ‘혼자’인 시간에서 오는 것이었어요. 7020km의 거리를 두어보니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는 계속되는 저 혼자만의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사진기를 들고 트레인을 타고 이곳저곳 다니며 셔터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그 짧은순간에도 몇가지의 생각들을 하니까.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못 보았을 것들도 눈에 보이고 하지 못했을 생각들도 하니까. 그런 생각들 상상들이 낭만으로 오는것 같아요. 도의랑 오기전에 심리카페를 가 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저한테 생각이 너무 많아 ‘몽상가’라고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가?'에서 지금은 '그렇구나'라고 결론이 지어지더라구요.

그 허무한 생각들, 상상들이 낭만적이었어요. 그렇게 낭만이 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정말 모두들 너무 보고싶어요. 그런데 아직은 못 본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제가 다잡아지고 멋지게 다들 보러 갈게요. 사랑해요 엄마.

-아들이 사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