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주사

慧圓 2011. 9. 26. 21:21

 

 

해~~이 노래 제 십팔번임돠.

술먹고 이 노래 불러제낌 제가 꼭 애국자된 기분임돠.

꼭 한쪽팔은 허리 걸치고 오른팔 위아래 흔들며 우렁차게 불러야 제 맛임돠.

 

아...일 하기 싫어 죽겠음돠.

할 일은 산재인데 주신(酒神)이 왔슴돠.

저녁 6시.

퇴근하면서 왜 다시 일터로 돌아 간다는 느낌이 든답니까? 

모레까지 네 건의 견적 마무리로 집에서 밤 샐 일이 그렇슴돠.

그래서 일단 주식(酒食) 부터 하고 보자 싶어 한잔 했는디 일머리 초입부로 들어가기가 이리 고달픔돠.

에휴~작업의 神발이 안받슴돠.

 

계절 탓인가도 싶슴돠.

새색시 바람 꽉 찬 풍선도 같고, 노총각 응큼한 맴도 같고, 과부 행여 하는 설렘도 같고, 홀애비 기냥 쓰윽 하는 짓 같은게..그렇슴돠. 

또 요즘 날씨가 꼭 분계선을 긋듯 여기까지고 가을이고 여기까진 여름임돠.

어중간한 계절입죠..

여름의 정점인가. 가을의 초입인가.

봄이면 사무실 가는 길은 벚꽃이 만발한데 화려함은 꼭 봄길만은 아니더이다.

가을도 화려함다.

조금 있으면 오색찬란한 옷을 입을 저 울창한 숲, 높은 하늘.

하나 둘 나무들이 옷을 갈아 입슴다.

초록잎의 옷을 벗기 시작한 나무들은 햇살을 받아  마치 블라우스 단추를 한 칸 한칸 푸는 듯.

그렇게 여름을 벗을 준비를 함다.

풀린 블라우스를 반쯤 벗어 팔뚝에 걸친 모양새에 섹시함을 느낌돠.

변태쟁이.

 

처한 형편이 힘들다 할지라도

한 잔 들가면 이리 근자감으로 위세도 당당해짐돠.

갑자기 인생도 무상해지면서 오는 가을이 안타깝고 가는 시간이 아쉽슴돠.

아그들도 없고... 혼자 견적 작업시간 무쟈게 억울하게 생각하는 이 여자...

심하게 하자 있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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