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이별

慧圓 2022. 5. 2. 17:05

 

 

 

마침내 길자가 끈을 놓았다.

기나긴 시간, 실낱같은 생명줄을 놓으면서 우리 곁을 떠났다.

간절함이란 이런 것인가..

가장 절실하게 엄마를 소리쳐 부르고 있었다.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항상 쿵쾅 거리면서 받게 되는데 결국 높새바람 치듯 나를 휩쓸고 지나간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풀썩 주저앉으며 간밤 꿈이 생각났다.

격렬한 언쟁과 싸움으로 정말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의 극악무도한 꿈. 

가슴을 쥐어뜯듯 엄마를 부르다 눈을 떴다.

몸에 식은땀이 배어나고 멍 때림으로 한참을 무슨 일인가 그랬는데  부고 전화에 아.. 정 떼려고 그랬구나... 

그러나 분명 내게 섭섭함이 남아서 그랬으리라.

 

 

햇살이 차창에 얹힌다.

이 좋은 날에 엄마는 가셨다.

영구차 밖에서 불고 있는 바람에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볕이 따뜻하다.

유골함을 내 품에 안으니 바구니에 쏟아놓은 꽃게처럼 가슴속으로 수없이 많은 말들이 기어나간다.

엄마.

바람이 잦아들어 햇살이 따스해.. 느껴져?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엄마가 가는 거기가 어딘지를 몰라. 나의 하루하루도 밤길이야.

기댈 데가 없다는 것. 그것처럼 허전한 것도 없다는 걸 나도 이제는 알아.

엄마 가는 길에 원망이며 섭섭함 따위 남김 없이 훨훨 버리고 가시구랴.

혹 저 세상이 있다면 거기서나 못 다한 생각들, 옥양목 널듯 펼치고 살아요.

죽어서 부디 한 가닥 연기로나마 내게로 날아와~

가슴에 후둑후둑 왕모래가 뿌려지는 듯 아파온다.

 

비가 개고 난 하늘이 한결 해맑다. 

땅에서는 사람이 죽는데 저놈의 하늘은 그날이 그날, 무심하기로 하자면 무엇을 저기다 댈까.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었더니 정신까지 혼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