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천안 플랫폼에서

慧圓 2014. 4. 27. 09:50

 

이제 잊어야 할 시간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과 헤어져야 하듯이 또 그렇게 우리는 많은 것을 잊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슬픔만이 아니다. 기쁨도, 복받치는 감동도 조금씩 조금씩 잊으면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내일은 늘 새날이니까.

 

잘 가거라.

이런 헤어짐에 가슴은 미어진다만, 다만 오래오래 너희들이 우리 안에 남아서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늘진 뒤꼍 어딘가에 이끼가 자라듯, 그렇게 꽃다운 청춘인 너희들이 우리의 가슴 어딘가에서 푸릇푸릇 살아 있기를 바라면서, 이제 헤어짐을 받아들인다.

 

 

 

 

 

 

 

열차의 바퀴가 움직인다.

그것은 마치 긴 이별을 예시하듯.

열차는 작별의 비정함을 누르고 새로운 레일을 힘차게 쏜살같이 미끄러진다.

 

플랫폼에서 맞는 바람은 가슴 깊숙히 파고든다.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은 플랫폼 맞은편 어떤 여인의 눈물이다.

누구를 떠나보낸 것일까.

여인은 얼굴을 뒤덮듯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철로를 보며 앉아 있다.

소리내어 우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렇게 흘러 내리는 눈물을 감추려고도 닦으려고도 않고 있다.

철로 한끝으로 솨아 하고 소리가 나는 듯한 햇살 속을 바라보면서.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이별하고 만나고, 기쁨과 애달픔은 뒤섞여 그렇게 흘러가는가.

 

떠난다고 하는 건.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장소로의 이동, 그렇게 단순화할 수도 있는 것.

떠나는 것이 배반이 아니라면,

떠나는 것이 도피가 아니라면,

언제든 떠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