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첫눈

慧圓 2009. 11. 17. 09:49

토요일.

주니와 시내엘 갔다 십분이면 도착할 길이 움직이질 않는다.

뭔일? 고갤 쭈욱빼고 시야를 넓히니 교차로에서 경찰들이 진입해 있다.

돌아서 가는도중 신호에 걸려 싸이렌소리 나는 옆차를 보니 경찰차 뒷자석에 까맣게 탄 물체가

소방관손에 어루만져 지면서 헐떡이고 있었다.

경악하는 내 시선에 소방관 아저씨 고개를 설렌다. 보지 말라는 것이다.

핸들 잡은손이 떨리는데 뒷자석 주니가 걱정돼.냉큼 돌아보니 주니 역시

"엄마 저거 뭐야?...뒤에 사람이었어?!"

---아니~아냐. 소방아저씨 까만 갑옷이었잖아.

그러나 주니, 화상입은 사람이란걸 모를리 없다.

빨리 기억속에 잊혀지길 바라면서, 인파속으로 비집고 나오는데 경찰 호르라기 소리와

흰모포를 둘러씌운 케어베드가 지나간다.

주위의 웅성거림으로 보통사고가 아님을 직감한다.

저녁뉴스에 국제시장 사격장 화재발생. 일본관광객 15명 사상. 총리사죄. 국제적 문제 비약.

 

북적 거리는 도심지 시내에서 활기찬 사람들의 발걸음과 

병원으로 이송되어 지는 주검이 아니러니 할 수 밖에 없다.

죽음을 맞은 저 인생과는 상관없이 거리는 활기차 있을 것이고,

시내버스는 아우성치듯 소리를 내며 달려가고 있을 것이고,

어제와 그 전날과 다름없는 거리가 거기 있을 것이다.

내일도 또 그 다음날에 그렇게 불이 켜지고 차들은 달려가고

사람들이 거닐 활기찬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그래서  이 모든 것은 다만 허상(虛像)이 아닌가.

헐어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허한 무대, 소품들이 아닐까.

허무한 순간이다.....

 

 

 

 

일요일.

오래전 부터 미니방 도배를 미뤄오다 해치웠다.

색상이 너무 틔지 않겠냐 싶었는데 미니가 선정한 것이라 그냥 했더만

의외로 환하고 밝아 보인다.

미니에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져줄 것 같은 성향을 가진 색상이라 여기며.

 

 

 

 

 

 

창문으로 새벽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가만히 몸을 일으키며, 침대속에서 빠져 나올때까지도 몰랐다.

"눈이 왔어요,눈이!"

아침 주니의 고음에 밖을 내다보던 난, 아...........하고 가만히 중얼거린다.

이럴수가............................

미니, 눈을 깜박이며, 그것이 무슨 소식이나 되는 듯이

"눈이 왔어요, 아주 많이요." 

여기선 그렇게 보기 힘든다는 눈이 밤새, 그것도 아까븐양 소리없이 왔다 갔다.

 

 

 

 

 

 

 

 

 

 

 

 

 

 

아침에 눈을 뜨죠.

내방의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눈을 떠요.

따뜻한 방의 온기에도

나는  몸을 구부리고

새우처럼 누워서 생각하죠.

 

몸보다 마음이 추워서,

따뜻한 건 내 살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몸을 더욱 더 웅크리면서

시트를 당겨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누워있죠, 아세요?

 

침대 속에서

눈을 뜬 여자가

따뜻한 것은 자신의 몸밖에

아무것도 없음을 느낄 때의

절망을 당신은 아나요?

 

내가 찾던 것,

그것은 자유였고, 진실이엇던 것.

자유를 갖는 보상으로

외로움을 감수하면서라도

나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거예요.

 

혼자 걸어갈 수 있는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