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체면 구긴 처서

慧圓 2024. 8. 25. 10:05

 

 

24 절기 중 가장 좋아한 처서가 꼴이 영 말이 아니다.

주위에서 찜통이니, 폭염이니 했어도 처서가 오면 끝이야~

호언장담했던 내 꼴도 마찬가지.

화분에 심어놓으면 들풀도 다 화초라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 난 딱, 벌레 먹은 잎 꼴이다. 

 

처서야

그래도 너 있어서 이런저런 일들 참 많았구나.

올여름처럼 살다 보니,

시어미 죽는 날도 있다던데 하는 탄식조차 나오더라 그거지.

그만 뜨거워도 될 텐데...                                                             

절기도 이렇게 못 지키며 변죽을 하는데 사람 마음이야ㅠ

평생 살아도 임의 속은 모른다고 허잖어. 

헌데, 이거야 임의 속은커녕 내 속도 내가 몰라. 

이 뜨겁게 달군 땅을 네가 어찌할 수 없듯이 나도 앞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지.

그래서 다짐은, 생각하지 말고 견디거라.

그렇게 지냈다.

 

 

세월이 지나도 노동시간의 가혹함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떠난 처서를 안타깝게 여기는 자신은, 마치 동여맨 돼지 주제에 갇힌 돼지를 걱정하는구먼.

이것도 무슨 솥뚜껑 긁어대는 소리.

그래도 땅이 식으며 하루하루 흙냄새가 다르게 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