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몇번의 계절이 바뀌고, 찾은 서울은
모든것이 조금씩 또 변해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만 가지고는 혼자 간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협체 사장들과 동행한, 대물건으로 테헤란로에 있는 은행에 도착한게 거의 점심이 지난 시각.
일부터 끝내고 식사하자로 한 작업이 두시가 넘었다.
은행가면 누구나 겪듯, 도장 남발에 자서...
세어보니 한 건당 대략 열서너장이니 50장에, 거의 싸인과 <듣고 이해하였음>을 적은 것 같다.
업체 사장들 우스개로 이해 잘 못하였는데.. 다 읽어 봐야 되는데.. 근간 글씨 제일로 많이 썼다는둥,
투박한 갱상도 말씨로 담당자를 웃기게 진땀빼곤.
여기서 밤샐껴?!
인솔(?)하여 식당으로 점심 해결하니 3시가 넘었다.
인상 깊었던게 중식당에 걸려 있던 나무로 장식한 벽에 붙어 있는 그림 이었다.
샤갈의 복사화 이지 싶다.
화려한 색조의 그림 속에서 서커스단의 피에로 옷을 입은 사내가 웃고 있다.
웃고 있는 피에로. 서러운 서커스의 음악. 떠나고 떠나는 유랑.
서울은 이런데서도 문화를 느낄 수 있어 좋아.
밖으로 나서니 서늘해지는 추위를 느낀다.
왜 그랬을까. 그런 마음이 든건.
테헤란.
지명에서 조차 이국적 분위기가 나는 거리는 은행나무도 아직은 푸른잎을 바람에 떨며 서 있었지만,
이상스레 떨어지는 잎만이 눈에 띄웠다.
지난 밤에 뿌리고 간 빗발에 떨어져 구르고 있는 가로수잎을 볼때
아, 시간이 가고 있구나, 소리내어 아우성치며 시간이 가고 있구나.
손목에서 재깍거리고 있는 초침소리,
그 한순간 순간이 내면의 벽이 부서져 가는 소리로만 들렸다.
떨어져 있는 마른 잎이 자기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스산함이 아직도 여운에 남아 있다.
술렁술렁 마음에 가을이 떨어져서......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한참을 있을 때 동승한 남자들.
어이, 정기사. 출발안해?
---네에,네.
동탄으로 이동한 것이 오후 4시.
현장은 토목팀, 간밤 비로 흙을 실어내지 못하고 작업중단.
사무실서 잠깐의 H.R로 여가 즐김.
김사장 칠려는 기색이 엿보여, 박상무 에이스 던지는카를 노땡으로 지나치니 역시 '8'하고 패를 펼친다.
히히힛, 한장 더 많은 나의 5장 카드.
과연 몇점일까...
서서히 내려놓는 내 카의 점수는 7점이다.ㅋㅋ(쪼카가 한장껴 있어 0으로 처리)
김사장, 뭐 이런ㅠㅠ 표정에 다른 남정네들
고마움의 박수와 살았다는 시선,ㅎㅎ
저녁먹고 9시쯤 출발하여 부산 입성하니 자정넘어 새벽 1시이다.
휴.. 말일 결재를 오늘 처리하려니 피곤 엄습.
다음엔 기차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