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가....
작년까지만 해도 고스톱 판돈을 거의 싹쓸이 하던 천하의 길자씨도 이젠 무너졌다.
병원에서 수술이 잘 되었다고는 하지만 으스러진 골반뼈가 얼마나 잘 붙었는지 슬기로운 닥터가 하지 않은 이상 어찌 알겠는가.
걷지도 직립도 할 수 없는 본인은 말할 수도 없겠지만 교대로 간병하는 자식이나 할아버지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다.
아침마다 용변 처리는 차체에 두고라도 죙일 옆에서 케어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어제는 저녁 식사 후 약을 챙겨 드렸더니 자꾸 한 알이 모자란다길래
---에휴 내가 그 약을 삥땅해서 무에 쓰겠소?
농인줄 알고 환하게 웃는 길자가 귀엽다.
엄마는 사후의 세계를 두려워하진 않는 것 같다.
그건 끊임없이 전생과 내생의 윤회를 얘기하며, 참 많이도 보았던 <도깨비> 드라마에 같이 고무되어 있는 결과인 듯도.
나는 곧잘 한용운의 <의심하지 마서요>한 구절을 외워 주는데,
"나에게 죄가 있다면 당신을 그리워하는 나의 슬픔입니다."
그리움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가자 허공에 파장이 이는군.
우리 인간의 삶은 어차피 이별이 예정된 만남이라고 철학적으로 얘기해 주는 걸 길자는 좋아한다.
그때 보았던 엄마의 파리한 눈꺼풀의 경련, 이 질긴 무의식의 당혹감.
요즘 자주 그런 말을 되뇐다.
"자는 밤에 그냥 가면 좋겠다..."
정말 어떨땐 엄마가 침대에 누워 계속 잠만 자면 종이꽃처럼 탈수되어 저승의 경계로 가지 않을까. 필연적으로 생각들기도 했고, 만일 그런 시간이 닥친다면 마른 꽃잎 하나 떼어 내는 것처럼 이승에서의 작별 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작년인가... 엄마랑 경주 왕릉을 돌며 얘기했던 시간들, 신라 고분도 그러하고 고대인들의 죽음 자리는 늘 친근하게 여겨지던데.
500년 전, 1000년 전의 묘 터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보여 주기에 고단한 삶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겨울 햇살에 맨살을 드러내고 있던, 잔디로 덮여 있는 무덤의 바닥들이며 주검의 양식을 보여 주는 돌무더기들이 따듯해 보여 망망히 앉아 있었더니 길자가 그랬다.
내가 고향에 가서 묻혀도 그렇게 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