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태평양을 넘어..

慧圓 2010. 12. 18. 16:27

 

 

하필 올겨울 들어 최고의 추위라는 오늘.

맨살 종아리에 회초리로 맞은 아픔 같은 추위이다.

그래, 단련되어 가야 되는 것이라면.

 

 

 

미지의 곳으로 가는 두려움은 조급한 시간과 무경험의 원인에서 오는건가.

수속을 난해 하게 했던 곳이라면 오히려 규모와 넓이가 있던 인천공항 이었었고

경유했던 벤쿠버나 도착지의 공항은 반면 첫만남 부터 수월했다.

 

블친인 생선님, 시킨데로 인지된 순서따라 차근차근 챙겨가니 무리가 없어 내심 고마움.^^

혹 자문을 구할일 있으면 꼭 그분의 도움을 권해드린다.

여행에서 제일 비중이 큰것은 역시 짐보따리.

애초부터 작게작게 하던 마음에 부피는 작은데 가지수가 많아 오히려 왕불편.ㅠㅠ

 

 

 

치컥치컥....쉬익~~~

서서히 올라가다 멈추다 또 다시 소리내며 작동하는 청룡열차마냥 투욱 떨어지는...

굉음을 내며 나의 몸을 사선으로 기울어 버리며 귀까지 먹먹하게 만든다.

비행기 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뜰 때와 내릴 때가 가장 기분 나쁜 시간이다.

몸이 어딘가 끝도 없는 곳으로 가라앉는 그런 느낌 속에서 가능한  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때이다.

어떤 나라로 떠날 때 느끼는 막연함에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낯선 것들에 눈 뜨게 해주는 미지의 세상에 고마워할 때도 있다.

그냥 나그네의 쓸쓸함이랄까.

사파이어 보석을 깨알같이 뿌려 놓은 듯한 도시의 야경을 지나니 칠흙같은 어둠.

조금 더 높은 고도를 오르고서야 머릿속의 거미줄을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며 눈을 감아본다.

 

 

 

 

 

 

고도를 높인 비행기가 경쾌한 금속성 소리를 내며 미등을 켠다.

기내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인 책을 펼친다.

첫줄의 인상깊은 대목,

'쥐털 같은 어둠'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밤의 풍경은 쥐털 같은 어둠으로 감싸여 있다.

먹물처럼 짙은 것도 아니고 안개가 휘몰리는 듯한 그런 어둠.

 

비행기 안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몇 가지밖에 없다.

하늘 위에 갇혀서, 제한되어 있는 반경에서 움직이는 행동,

화장실과 통로와 자기 좌석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공간.

사람이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렇게 한정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도 그때이다.

주니는 두가지 일을 했다.

영화를 보거나 잤다.

나도 두가지를 한다.

책을 읽거나 잔다.

 

 

 

 

밴쿠버 경유

 

 

 

 

벤쿠버 공항.

히히. 내게도 티켓을 들고 물어보시는 양반이 있다.

40대 중반의 우리 동포의 남정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이 몸. 아는데까지 힘껏 갈쳐드린다.

근질거리는 입, 어디에 쓰시겠는가.

 

 

 

 

 

나에게 붙었던 잠귀신은 준이에게 옮겨붙어 그녀석을 옴싹달싹 못하게 만들더니

고통을 수반하는 고막의 아픔에 인상을 찌푸리며

---엄마, 귀가 마비됐어.ㅠㅠ

두려운가 보다.

 

H씨스터즈 왕언니에게 전화를 넣고 이제 짐을 찾아야 할 차례.

이미 언니의 부군께선 우릴 맞으러 나가셨다고^^

U자 모양의 레인이 돌면서 이미 짐이 하나하나 빠져나오고 있었다.

말굽모양의 레인을 타고 내 가방이 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 앞에 가 있지 않으면 누가 짐을 어쩔것 마냥 짐이 나오는 그 레인의 맨앞에 마치 실려나오는 짐을

하나하나 세기라도 하듯 몸을 숙이고 뚫여져라 쳐다본다. 모자는.

 

이윽고 자리에 앉아 쉬려 하니 저기서 희미한 기억의 앳된 남성분이 우릴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신다.^^

 

 

(*사진이 올려지지 않는다. 이것도 조국을 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