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결국엔...
눈이 와도 이곳의 사람들은 거의 우산을 쓰지 않는다.
그만큼 희소성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눈은 8년만에 또 처음이라 반가움 보다는 걱정으로 모두 우산을 쓰고 가는 자세가 영 엉거주춤이다.
새벽부터 내린 함박눈은 결국 폭설로 이어져 발목까지 빠지도록 쌓였다.
찬바람 까지 불어 바로 결빙 상태가 되는 바람에 오가는 버스조차 굼벵이 속도라 움직이는 주차장이 된다.
여긴 고지대여서 출근도 늦추고 갈까말까 망설임에 내일로 할 일을 미룰 생각하니 그만큼 또 마음이 흉흉하지 싶어 모질게 나선다.
그렇게 나간 만큼의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아무래도 귀가길이 걱정스러워 일찍 서둘렀건만,
결국 집 주차장에서 바퀴가 빠져버렸다.
휴~~꼭 탈나야 직성이 풀리는 이 일진.
뭐든지 엮어 놓아야 위로가 되는지 자신의 미숙함은 제껴버리고 날씨탓, 도로탓,불운탓...으로 돌린다.
눈싸움으로 아이들의 흥겨운 소리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니의 부름도 짜발나고ㅉㅉ
견인 아저씨는 차에 손상이 갈수 있으니 눈녹을때까지 내버려 두자고 해 저 차는 주인 잘못 만나 저리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아아,
해야 할 일은 잔뜩 인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책만 읽고 싶은데 할 일 때문 불안해서 못펼친다.
이 무슨 조화인고.
12분마다 한숨 쉰다는 주니말따라 에미의 짜발은 부산에서 개성까지 삼배일보로 뻗친다.
그러다 분노 데시벨로
---미니는 왜 연락이 없는 것이얏.
"엄마, 탁구 치러 갈래? 안그럼 나랑 눈싸움 하러 가지..."
---그럴 기분 아니거든...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지, 엄마."
누가 에미고 자식인지 몰겄다.
결국....
<후라이의 정석>이라며 주니는 에미에게 조공을 해 받쳤고 에미는 <본분>을 쌈싸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