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지

학장동

慧圓 2018. 12. 31. 10:27

 

 

물묻은 치마에 땀 묻는 걸 꺼릴까.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붓과 연필로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듯, 이 삶도 어떤 길, 어떤 통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일 그것만이 소중하면 된다.


언덕에 서 있는 소나무의 날카로운 솔잎으로 가시같이 박히는것 처럼 차가운 날씨다.
그래서인지 시침이 7을 가리키는데도 작업자들은 코빼기도 안보인다ㅠ
아니 이 시간까지 안나오면 어쩐대?
아무리 갑작스런 한파라지만 자기들 불편은 참지못하고 사업주 사정은 안중에도 없고.
작업시간은 짧아지고 임금은 높아가고 계약가는  낮아지고...
예전의 일꾼들이었으면 가당치도 않는 상황인데ㅡ그래 이렇게 얘기하는구나 나도. 왕년에...ㅡ
그들의 몸에서 나는 땀냄새처럼 청결한 것은 없었다. 지쳐 돌아오는 그들의 어깨를 보면서 그들의 씻겨진 가슴을 보기 때문이다.
그들의 검게 그을고 수염이 자란 얼굴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으리라.
그들이 현장에서 지낸 시간의 그 흙 냄새가 거기에는 있다.
그 노동의 땀냄새가 바로 자유인의 건강이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