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날에...
모자가 참 어울리지 않는 내게 친구가 중절모를 선물했다.
어찌보니 여고때 교련모자 같기도 했고 소싯적 할아버지의 애장품인,
항상 옷걸이에 걸어 놓으신 모자랑도 비슷해 나름 괜찮아 이리저리 써보고 있는데
미니 한마디 거든다.
"엄마, 외출할때 쓸건 아니지?
---왜 어때서?
"....옆에 꽃만 꽂으면 <오빠~마이 아파>풍인데..."
ㅎㅎ사실 그래보인다.
잠깐 할아버지 생각에.
초딩때 구호 밀가루로 만든 급식빵이 있었다.
종례때 나누어주던, 냄새도 구수한 그 빵은 그 당시,
학급 학생수 60명에 비해 절반도 못미치게 배급 받는 수량이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선생님도 상당 고민하셨으리라.
이방법, 저방법을 쓰다 한 주는 '수업시간 조용히한 학생에게 줄거예요' 라는 말에
일주일 한마디도 안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6일동안 빵은 사수했다는거.
머스마들에게 "저 가스나는 빵타러 학교 온데이" 라는 핀잔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파하면 빵냄새만 맡고 가방에 쑤셔 넣어 집으로 한달음에 달렸던.
조금 태운 듯한 표면과 가장자린 노랗게 말랑거리던 그 빵을 유독 좋아하셨던 외할아버지.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없이 드시던 모습이 열살 꼬맹이에겐 그저 좋았던거라.
이듬해 돌아 가시면서 더 이상 빵에 대한 미련도 사라졌지만.
나를 동정녀 마리아쯤으로 알고 있는 막내조카.
48장의 동양화를 들고 내 꽁무니만 쫓아 다닌다.
"한번만 쳐요...네? 한번만~~"
고스톱을 모르는 미니, 휴일이면 저리 냅다 주무시는 주니..
어렸을때 부터 경제관념은 심어줘야 된다는 제부의 취지아래,
그집 식구들은 도박(?)에 하나같이 저 꼬맹이부터 시작해 고수들이다.
이모집 놀러와도 별반 재미가 없으니...잡아 놓고 교육을 시킨다.
---너, 이모 어떻게 부르라 했지?!
"해해... 해갱이 이~~~모."
---아니지!! 이름말고, 이모앞에 형용사 붙이랬지? <이쁜이모!> 해봐!"
"아이,씨이.......이쁘은 이모~한번 쳐요."
---좋아, 딱 한번이다.
제부 한심한 듯 쳐다보고 사촌동생 "언냐. 왜 그러구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