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01703 밤벚꽃 주니랑

慧圓 2017. 3. 6. 22:35



영도의 벚꽃길을 본 적이 있나?{그냥 수사적 표현이 아님.)

지금의 계절에는 천국이 따로 없겠다.

나무마다 꽃이 피고 연두 잎이 돋아 더없이 아름답다.

오래된 소나무조차 싱그럽고 새롭게 보일 정도지. 

이런  풍경 속에 있으면 누구나 행복한 기분이 들겠지? 그래도 가장 행복한 사람은 뉘규? 여긴 어디?...

바로 나 ㅎㅎ. 


창 밖으로 봄볕이 가득하다.

안개가 응집해가는 와중 차가운 지온과 꽃 냄새에 조금은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

밤 벚꽂 길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감정 중에 유일하게 감성을 은유해 주는 소재물이다.

무뚝뚝하고 바삭한 도시를 파스텔처럼 여리고 싱그러운 거리로, 그래서 어깨에 떨어지는 나풀거리는 꽃잎을 털어냄으로써 시공간을 즐기는.... 

말년 휴가를 받은 주니와 걷는 이 길은 또다시 오지 않으니.

내일이면 안개가 걷힌 자리에 이제는 잠자리 날개 같은 햇살이 무더기로 또 쌓이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