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en.. 그대에게
언니야..
술 탓인가.
내 어딘가가 텅 비어 있어. 내 무엇인가가 저 어둠 속에 혼자서 있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의 순수는 유력한가 무력한가.
꿈으로만 간직해야 되나 보다
술을 마셔도 난 발가벗은 듯이 추워.
언니를 알게 해준 내 시간들이 맑아서 좋아.
같은 세상에 함께 존재함, 같은 바람, 같은 햇빛 속에서 살 수 있음에 감사해.
서로의 마음이 교류된다는 거.
언니의 여행길에 나침반을 든 길동무가 될 수 있음을 하는 바람과
돌아왔을 때는 내가 머무는 항구의 닻이 되기를 바라고픈데
자신의 빈곤한 상상력으로만 그치니...
언니가 가까이 없으므로 해서 비로소 그대를 느낀다.
얼마전 DNA에 관해 읽었던 책이 생각나 잠깐 소개하자면
되돌아 보니 허망하게 나의 세월이 흘러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지.
나쁜 인연은 진저리 치며 끊고 좋은 인연도 유성처럼 흘러갔고나.
지금까지 지속되는 관계를 곰곰 생각해보니 DNA가 같은 사람이 남아 있는것 같아.
피의 DNA가 아니라 영혼의 DNA가 동일한.
언니를 생각나게 함은 그런 연유에서 일거란.
친구며 연인을 추구하는 것도 닮은꼴인 영혼의 유전인자를 찾기 위해서이고,
위대한 작가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예술을 통해 내영혼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아닐까.
어느 때는 길을 잘못 들어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경험은 어리석은 자도 깨우쳐주어
결국은 제 길을 찾아가도록 해준다는.
정신만 치열하다면 말이야.
그 많은 거리에 발자국을 묻혀 놓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걸까.
내 생활의 작은 나뭇잎새에도 핥듯이 반짝여주는 햇살.
마음의 그늘진 뒷뜰에까지 날개를 파득이며 내려와 앉는 언니의 마음.
함께하는 우리의 시간들은 언제나 평화로운 오후의 햇살처럼 편안했음 하는 마음이야.
아... 여행가고 싶다...
요즘 오스트리아에 푹 빠져있다.
빈이든..유럽이든..가고잡아 미틴다.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