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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그 습기 찬 푸르름 속으로 작열했던 여름은 떠나가고 수직으로 내리꽂던 태양도 꼬리를 내릴 때,Y가 집에 왔다 술시(酒時)에."아직도 못 끊냐? ㅉㅉ"---나 술 사준 적 있어?하라고 해서 될 일이 따로 있지. 남이 누란다고 똥 누겠냐. 내 술은 내가 알아서 마심."내세울 게 없어서 술 자랑도 자랑이라고."---저 떨어지는 해 좀 봐. 오늘 같은 날은 멀쩡한 년도 바람나고 싶겠구만.저건 아예 가슴을 후벼 파자는 노릇이지. 이런 날 술이 없으면 어쩔 뻔했어.하늘도 바다도 저리 다홍이고 치마 속에 바람이 술렁술렁하는데...난들 어쩔 수 있냐 말이지. 바다빛이 저렇게 사람의 애틋한 데를 파고드는 이 시점에 나라도 안 마시면 누가 마신다든. 귀엽고 아름다운 영화 를 보면서"나이 든 암탉은 국물맛이 좋다""나이..

무제 2026.10.14

체면 구긴 처서

24 절기 중 가장 좋아한 처서가 꼴이 영 말이 아니다.주위에서 찜통이니, 폭염이니 했어도 처서가 오면 끝이야~ 호언장담했던 내 꼴도 마찬가지.화분에 심어놓으면 들풀도 다 화초라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 난 딱, 벌레 먹은 잎 꼴이다.  처서야그래도 너 있어서 이런저런 일들 참 많았구나.올여름처럼 살다 보니, 시어미 죽는 날도 있다던데 하는 탄식조차 나오더라 그거지.그만 뜨거워도 될 텐데...                                                             절기도 이렇게 못 지키며 변죽을 하는데 사람 마음이야ㅠ평생 살아도 임의 속은 모른다고 허잖어. 헌데, 이거야 임의 속은커녕 내 속도 내가 몰라. 이 뜨겁게 달군 땅을 네가 어찌할 수 없듯이 나도 앞일이 어..

무제 2024.08.25

그 놈 때문에 날밤 샜다

퇴근할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아무도 없는 주차장은 고요한 정적만 가득했는데 뒤따라오는 싸한 느낌에 입구에서부터 몇 번이나 주위를 돌아보곤 했었다.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비번을 눌렀는데...아뿔싸! 그만. 내가 간과하지 못한 건그놈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는 것이다.놈은 나보다 훨씬 비상하고 뛰어난 놈이었다.놈이 들어왔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고자 하는 놈에게는 어쩔 수가 없다.원래 속이려는 자에게 무슨 수로 당하겠는가.당하고 속아주는 게 답이지. 기말고사가 임박해 프로이트니, 칼 융이니...ㅠ 실천론을 펴는 순간,이  놈이 목에 비수를 꽂는다.어딜! 개 못된 것이 들에 가 짖는다더니.아흔아홉까지 살아도 한 살 더 살기를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렸다.모가지를 활처럼 젖..

나의소리 20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