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주 탐방 2

慧圓 2013. 4. 8. 17:16

 

이상고온으로 여기선 벚꽃이 음력 2월도 가기 전에 만개하여 꿈같이 스러지더니 요즘은 보도블럭 사이로 꽃잎들만 무수히 만발해 있다.

경주는 부산보다 기온이 이 삼도 낮아 아직 벚꽃이 개화하지 않았지만 지금쯤은 봄의 색채로 계림 앞의 들판에 개나리, 진달래, 유채꽃.. 갖가지 들꽃들로 풍성하겠지.

봄꽃들은 못보고 왔어도 쾌청한 하늘과 바람, 햇살..천오백 년의 세월을 함께 하는 자연과의 일체감. 그게 어디야.

 

사람은 가문이니 고향, 선조, 자신의 근원에 애착을 가진다.

자연과 접할때 친화력이 곧 내존재와의 일체감으로 승화되어 뿌리를 찾게된다.

굳이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들추지 않아도 내 아버지의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더듬어나가면 자신의 정체성이 생기는게 아닐까?

역사상의 인물을 들먹이며 양반이네 선비네 하며 자긍심을 가져도 보지만, 또한 그것이 나의 실존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만, 경주를 도는 내내 무엇엔가 허전함이 들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나의 존재...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의 뿌리는 어떠한가.

뿌리로의 귀환, 근원으로의 회귀를 생각해 보았다.

 

며칠전,

갑자기 아버지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것에 자책도 느끼지 못하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던건 유적을 돌아보며 내내 걸렸던 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는지도.

나에게 아버지의 존재란, 어릴 적 부터 내 기억의 창고에 마루에 걸려 있던 사진틀, 그 흑백 사진속에 무심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눈만이 있다.

해가 지나도 아버지는 나이를 먹지 않았고 흰 중절모를 쓰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 눈이 나를 본다고도, 또 한편으론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고도 생각했었다.

무심한 얼굴은 늘 그렇게 무심히 있을 뿐이었다.

내가 태어나 이듬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김새도, 목소리도 가늠이 안되는 내게 부정(父情)이란 없었으니 내가 태어난 근원, 나의 실체를 돌아볼 궁금이 자연 생기질 않았다.

 <옥균> 작은아버지에 대해선 이름 뿐 아니라 그 필체까지 쉽게 기억을 하는 반면, 아버지의 이름이 어렵게 생각이 나는...<총균>

균자 돌림이니 경주 정씨 문헌공파 69세손. 지백호 시조이다.

아버지의 뿌리를 더듬어보며 내가 받은 선조의 DNA와 나를 통해 아이들에겐 또 얼마큼의 유전인자를 지녔을까.

아버지와 나를 두고 분리된 삶이라 여기며 살아온 반 평생에 이렇게 경주는 내존재의 뿌리를 닿게 해준다.

 

준이에게 족보의 유래를 설명해줬더니,

"그럼 엄마 조상중엔 왕족은 없었네?.."

---그럴거...그래도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의 육촌장중 한분이었으며 정지백호공이 박혁거세를 양육하여 왕으로 추대했다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탐방 4  (0) 2013.04.10
경주탐방3  (0) 2013.04.08
경주 탐방 1  (0) 2013.04.07
국립 해양 박물관  (0) 2013.02.24
촉석루  (0) 2013.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