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남수와 동해로

慧圓 2017. 4. 10. 20:16





푸르다 못해 검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섰다.

손을 담그면 잉크빛으로 묻어날 듯한  바다가, 사방을 적시며 펼쳐져 있다.

푸르게, 파아랗게, 퍼렇게, 파르슴하게, 그러나 그 어떤 형용사로도 그것을 그려내기에는 부족하게.

해안에 비스듬히 물에 잠겨 있는 아주 커다란 바위를 누군가가 널찍한 직사각형으로 파낸 것처럼 파도는 바위를 때리고, 튀어 오른 물방울이 어깨위로 솨르륵 떨어지며,

파도가 때리고 가는 해안의 바위들 속에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바다가 있는 도시가 고향이며 지겹도록 보아온 바다를 끼고 살아왔음에도, 물만 보면 환장한다는지인의 말처럼 우리는 또 물을 찾아 떠난다.







최대한 바다를 근접으로 끼우기 위해서 부러 돌고 돌아 이렇게 행선지를 잡았다. 





왜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안에서 나는 이제야 평안해지는 것일까.

이것을 평화라고 말해도 좋을까. 아니 말로 감싸질 수 없는 이 표표한 마음을 무엇이라고 말해야 좋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를 따라 갔으며. 많은 개펄과 모래사장을 또 얼마나 많이 바스라지는 듯한 가슴으로 보았는가...

난 모든 순간을 즐기려고 하며 그리고 그 즐기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껴 보려 한다.



<비상>을 꿈꾸는 Soo



많은 사람들의 삶이란 사는 것이아니라 경주를 할 따름이라고 종종 생각하는데, 그들은 지평선 저 멀리에 있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고 하며, 그곳으로 달려가는 동안 너무나 숨이 차서 그들이 지나쳐 버리는 아름답고 조용한 시골의 풍경이나 파도만 철썩이는 바닷가의 어촌, 망망대해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하지 못하다가 그들이 정신을 차였을 때 이미 늙고 지쳐 버렸다는 사실과 이제 그들이 목표에 도달하든 못하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 잠시라도 방파제에 앉아서 작은 행복들을 많이 음미하기로 마음먹었다.


<씨클라우드 펜션>




어제의 괴로움은 어제로 족하나니.

난 벽을 등진 채 세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외톨이라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히지만 우리가 한없는 것을 사랑함은 우리 자신이 유한하기 때문이 아닐까.

저 너머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과 모래뿐.

이 햇살이 비춰주고 있는 넓이는 얼마일까.

이 끝없고 드넓은 수면에서 우리들이 켜놓고 있는 불빛은 작은 점이기나 할까.

막막한 정적이 나를 감싸고 있다









그래도 바다와 친분이 있다고 믿는 나로써 영화 <맨체스터 바이더씨>를 찜해 놓고 이 포스팅을 올린지 한 달이 넘었는데 유료 보기는 아직 만원이다.ㅠㅠ

그래도 4,500원 까정 내려와야 뭘 좀 보았다~는 보람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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