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엄궁 현장에서 김과장과 미팅 후
도저히 새털구름 널려 있는 하늘을 무시할 순 없었다.
에잇!
IC로 빠진다.
네비를 찍으니 290키로. 3시간 40분.
세시간 이면 가겠군.
바람, 하늘, 구름, 햇살, 그리고 설레임...
이 모든걸 외면하고 견적과의 씨름은 죄를 짓는 것이야.
도착하니 초하루 법회중인 대광보전.
주지 스님 법문에 이어 합창단의 찬불가, 해탈가를 한구석 자리잡아 감상한다.
불교음악을 이렇게 아름답게 들어보긴 처음인 것 같다.
불교학교였던 여중시절, 초파일에나 따라 불렀었던...지금은 그것도 '삼귀의' 밖에 가물하지만.
홍재 스님을 찾아보니 앞줄 중앙에 계신다.
자리 정돈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옆에 다가가 나즈막히 "오빠 아니, 스님!" 하고 부르니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맞아주신다.
여전히 동안의 눈빛으로...
탑을 바라보며 공양 마치기를 기다리는데 친구에게서 문자.
"뭐하시나 칭구. 함께 점심이나 하세"
---마곡사에 와 있다네.
"허~얼. 아니 애교질하러 벌써 그곳엘! 못 말리는 종자군. 그래서 지금 머하는데?"
---조신하게 자네와 문자질 하고 있네.
"아이고..잉간아, 설마 1박하고 오는건 아니겠지?! 난 왜 스님이 걱정되지.. "
---내려가서 내가 너를 어떻게 응징하는지 기대하시라!
수도자의 표정에는 공통되는 '맑음'이 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고요하고 정제되어 있는 모습.
말씀중, 세월이 흐르면 만물이 자연에 귀의하듯 사람도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자연과 부처는 동의어다.
사업가나 재력가를 보면 자기 안의 그릇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은 하지만 비우기를 주저한다.
비워지는 만큼 채움이 있을진대, 그 그릇의 넘치는 양은 무용지물인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고.
우리 수행하는 이들도 요즘은 점점 직업화 되어가며 성직자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오빠, 이런거 물어봐도 될런지...결혼은?
"못했으니까 여기 있지.ㅎ 예전에 네가 날 구제좀 하지..ㅎㅎ
그러면서 홍조를 띠시는 모습이 예전 그대로인 순수한 분이시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산 호계리 마애불 (0) | 2011.10.27 |
---|---|
김해 율하 유적 전시관 (0) | 2011.10.27 |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0) | 2011.09.13 |
엑스포 풍경 (0) | 2011.09.13 |
경주 보문호수 (0) | 201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