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지

마음도 장마

慧圓 2016. 7. 7. 19:34

 

 

 

 

    

 

박 소장과 이죽이죽 말하는 최가 놈 얼굴에 인내하던 나의 화는 더 이상 한계에 달아 고함을 쳤다.

너네들 마음대로 공사해 보시죠!”

순간 헬멧으로 뭐 하나 부술까 하다, 갈기고 싶은 마음을 애먼 문을 박차는 것으로,

<그래 여기까지이다!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다 말이지? 좋아 나도 해 볼 테니 두고 봐, 어디 다른 나라 법으로 한다더냐 누가 더 매운가 두고나 봐라> 라는 마음으로 삭혔다.

 

 

<같이 시작했던 옆 건물 현대카드 사옥이 훌쩍 앞서 가 있다. 외양으로 보단순 작업 시공이라 한 땐 먼저 올라가는 우리 현장이 고맙기만 했었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셈.

사실 내세울 이력이랄 것도 없지만 공사 타절이란 없다 라는 나의 모토도 이제 와서 무슨 개뿔 같은 소리이냐. 해야 할 가치가 없는데 잡고 가는 것 또한 자만이자 욕심이란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용기가 없었다. 이 시점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면 따라야 하는 부채의 부담감과 책임, 추후 향방의 불확실성에 아예 생각을 회피했었다.

왜 여즉 몰랐을까

억지로 끌고 나가 체면치레나 보여주기 위함을 위한 완결에 유종의 미란 추한 것임을.

그것은 또 다른 무책임이며 또 다른 시작에의 연타적 손실을 수반하는 것임에도 고집을 피웠던 것은 그래 난 용기가 없어서였다.

 

 

 

 

 

<주상절리>

 

 

 

 

 

 

 

 

 

짙푸른 산 저편으로 낮게 구름 낀 하늘이 어쩜 저리 내 마음과 같은지.

푸르게 넘실거리는 산자락과 바위에 아프게 부딪치는 파도의 끝자락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래 차라리 잘된 것이야. 말 많고 탈 많던, 사람도 여럿 다쳐 실려 나간 현장을 이 정도까지 올리면서 포기하는 것도 내가 살아야 할 방법일지 몰라.

 

 

 

 

 

 

 

 

 

 

우중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은 경주 박물관, 불국사를 심도 있게 관찰한 부분이 지칠대로 지친 내 마음에 큰 힘이 되었다.

도드라진 조각의 정교함이나 문화적 가치, 예술품에 새로운 감흥, 보물이란 건 이렇게 어떤 불가능한 것의 가능, 그 실체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실감과 함께 웅장한 고선사탑을 이룬 당시 신라인의 둔중한 삶의 규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탑 앞에 서서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한낱 지날 수 밖에 없는 내 처지가 부끄럽기도 하여 옮기는 발걸음이 무겁다.

천군동 탑을 친구에게 보여주면서 왜 내가 뿌듯해졌는지는 우스운 일이지만 아마 이 모든 것이 다 그릇된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사실이 즐거웠고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확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4. 4월 미니 휴가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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