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이 깊어간다.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리는 가로등이 빛나고 이따금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뿐,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비어가는 거리에 하늘을 보니 푸르게 별들이 박혀 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생각한다.
깊은 산 속의 양치기 소년에게 찾아온 아름다운 아가씨, 물건을 전해 주러 왔던 그녀가
폭우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면서 함께 보내는 하룻밤.
어딘가에서 마른 풀냄새 같은 것이 풍겨오는 것 같은 그 작품을 참 많이 좋아했었다.
고등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가.
당시 난, 중학교 갓 입학했을 때였고
엄마가 먼저서울로 이사를 가 있었고
우린 학교 전학 문제로 잠시 언니랑 자취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그만 부엌이 딸린 그 자취방에서 창문 밖으로 유독 많이 보았던 별들.
거의 외우다 시피 했던 목동의 대화를 언니는 불을 끄고 낭랑한 목소리로 읊조리고
난 내가 마치 목동이 된 것 같은 착각으로 낭송하던 그 글들을 감상했었다.
그리고....꿈꾸었었다.
내가 가진 그때 생활이나 내 주변은 양치기 목동의 삶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서울로 생활의 터전을 잡으러 간 엄마,
아무것도 약속되어 있지 않은 미래....
그 모든 것이 목동의 생활이라고 생각할때
어느날 물건들을 싣고 찾아올 아름다운 소녀가
목동에게 있었듯이 나에게도
그러한 아침이 찾아올 것을 꿈꾸었고 또한 믿었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큰집을 팔고 이주했던
우리의 서울 생활은 엄마 혼자 꾸리기에
너무나 역량부족 으로
몇 해 못가 그 재산을 다 날리고 다시 귀향 했던,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나의 꿈도 조금씩 변해갔고
조금씩 쌓아 왔던 꿈의 성(城)을 허물어 가지 않으면 안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