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시험기간

慧圓 2012. 4. 26. 21:30

 

 

 

 

 

눈을 뜨니 1시 30분.

지금 깨면 안되는데...준이가 깨워 달라는 시간이 아직 두어시간도 더 남았는데.

의지와는 달리 의식의 영역은 점점 밝아진다. 하나 둘 세포들도 털고 일어난다.

눈을 뜨지 않으려 애쓰는 가운데 갑자기 딩동~ 문자 수신.

이 시간에?...랜덤으로 보내는 대리업체 인가.. 그래도 이 시간은 나를 너무 酒님 세계의 지존으로 보는거 아냐.

유흥계 발 끊은지가 언젠데..그러며 실눈 뜨고 보니 엉?

<물량 내역 보냈으니 확인하세요..>

---미티네..이 시간까지! 우야뜬 감사.

<잘자쇼>ㅠㅠ

안녕히 주무세요도 아니고 잘자쇼?...내 승질나서 안잔다 안자.

 

 

4시

---준아 일어나~ 어서 인나...아님 좀 더 자든지..

좀 더 자라는 말에 아이가 일어날 줄을 안다.

은근하게 배려를 풀어주면 에미가 더 이상 깨우지 않는다는 것을 잠결에도 아들은 인지하는 것이다.

역시!

그러나 부스스 나오는 아들의 눈은 거의 잠겨 있다.

 

 

새벽 공기에 고요가 춤을 추고 벽 하나 사이로 둔 아들은 책상에서, 에미는 소파에서 아래위 고개를 끄덕이고 앉아 있다.

한석봉 모드는 사라지고 수면의 기운이 감싼다.

아이는 극기 훈련 수행자처럼 자불다 깼다...반복하면서, 내가 보기엔 공부의 양과는 무관하게 자학으로 몰고 간다.

그것으로 마치 시험대비에 임무를 완수하는 것 처럼. 

강약의 조절, 또는 높게 낮게..간헐적으로 불러주는 에미 소리에도,

역도 선수 장미란이도 들어올리질 못하는 눈꺼풀의 무게를 아들은 이기지 못하고있다.

---그냥 자~ 조금 더 자고 학교에서 열심히 해...

"아냐..해야 돼."

요즘 삘이 충만하다며 저러기를 삼일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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