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도착한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오너의 전화.
"어디냐?"
동탄이라고 하니 이십분이면 도착한다며 혹 내가 딴데 있지 않나 하는 타진.
---제가 달나라에 있어도 사장님 도착시엔 헬기 타고 대령해 있습니다.
조금 약이 올라 현장에서 떨어진 분양사무실에서 뭉게고 있었더니 백소장에게서 호출.
"사장님 찾으십니다. 빨리 오시오."
뭉게고 있을땐 언제고 부랴부랴 안전모 들고 시찰중인 현장으로 리프트타고 통로의 교차점 6층으로 뛰니 아무도 없다.
다시 13층으로 헐레벌떡.
그리 쫓아가는데엔 이유가 있다.
현장 정리정돈, 자재정리 미비한 곳의 지적 상황에 애교질을 피워야 한다.
성별의 이용이 아니라 지나쳐도 될것을 굳이 하는 지적에 대응하기 위한 방침.
이럴때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참으로 많은 인간관계에서나 사회적 공간에서 회의적이 아닐수 없게 만든다.
이런 경우 실망과 씁쓸함을 주는건 결코 자신이 정당해서 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애교질을 유발시키는 오너의 트집이라 본다 나는.
상대가 원하면 행해 준다는 나의 방침.
무엇이 형평성 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나 자신에게는 적확한 것이 사회적인 통념이나 다른 사람에게 파행이 된다 해도.
그러나 나는 내가 합리적 이라고 믿는 편이 자존이 선다는 것,
13층으로 튀가며 웅성거리는 소리따라 성큼성큼 걸음 하여 오는 나를 보고 오너가 주위사람들에게 얘기하는걸 듣는다.
"저, 정**, 씩씩하지 않냐?.. (나에게로 돌아보며) 고생한다."
---(웬일?..낮술 하셨나...)
여기저기 둘러보는 오너에게 지적 당할 곳은 내 등으로 막음으로써 시선의 각도를 나의 움직임에 맞추게 한다.
이런 시시한 행동의 노력은 실무자나 소장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작업의 편리를 위해서다.
현장 사무실로 돌아와 짧은 보고 끝에,
"모레 타설하면 이제 2개층 남나?.. 여~ 정**, 대단해, 사실 중간에 우려 좀 했었는데..."
<우려> 에 자.존.심.이 확! 올라오는데 '남자보다 낫다'는 맺음말에 깜쪽같이 사라졌다.
용서하기로 한다.
기분 좋은 오너가 저녁을 산다 했다.
좋아, 풀코스 메뉴로 모가지 때좀 벳겨 볼까나.
앞서가던 오너를 따라 들어선 곳은 부.대.찌.개. 전문점.
휴~ 더이상 뭘 바래..성향을 모르는것도 아니고...
본사 에서도 업무때문에 식사시간을 놓쳤을땐 컵라면으로 때우는 양반인데.
오히려 훨씬 일 더 적게하고 탱자탱자 한가한 전무께선 밖에서 고기 드시고 치아 쑤시며 들오시는데 말이지.
오너가 직원들에게 늘 하는 소리중 하나.
<업체들이나 외부인들에게 밥 얻어먹지 마라. 너희들이 거지냐. 차라리 내게 사달래면 그런돈은 기꺼이 준다>
어쨌든 부대집에서 5인의 식사값으로 42,000원에..굉장히 생색을 내신다.
<햐~~내가 이런 거금을 다 쓴다> 하시며... 끄응.
현장 앞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던 몇몇 작업자중 우리 김과장, 오너를 보곤 크게 인사.
울 직원들이 인사 잘한다고 소문이 난 건,
하청업 직원들에게 담배 한가치씩 빌려?피는 오너의 습관을 알기에 나름 교육시킨 보람이다.
역시 그냥 지나칠리 없다. 특히 컨디션 좋은 이런 날엔.
"어이~ 김인수, 잠깐 보자" 하청업 직원 이름 기억해 불러주는것도 오너의 장점이다.
나의 눈짓 싸인 받은 김과장 잽싸게 달려오니 금일봉 하사 하신다.
정작 당신 직원들 내치고 하청업체 챙긴게 미안하셨는지, 옆에 멀뚱 서있던 백소장에게도 건네시며
"추운데 고생하는 애들 회식 시키지."
오늘 멋진 아우라 기냥 막 풍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