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오므려 퍼담고 싶도록 차고 싱그러운 햇살.
가을이면 다시 이 곳으로 오리라.
이렇게 기다리고 헤어지는 아픔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설레임도 있는 것이 아닌가..
곳곳에 햇볕이 알을 반짝이며 떨어져 내리고 있다.
내 생각으로 삶을 사는 거지.
남의 윤리에다 나를 끼워 맞출 수는 없어.
이것이 진실이야.. 라고 말한다.
영산전.
그런 고집스런 정직.
농기구나 있을 것 같은 창고 같은 건축물에,
안으로 들어가 보니... 보고 있자니...그의 숭고한 정직함이 마음을 싸락 훑고 간다.
장쾌한 시원함이다.
은해사 경내에 속해있다 생각했던 암자는 한참을 더 가서야 -대략 4,5키로쯤.. '오백나한 절'로 유명한 거조암이 있었다.
얼핏 보면 경판고처럼 보이는 일체의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는 이 건물은 고려 말기에 세워진 건축양식이다.
보는 이의 시선도 아랑곳 않은 듯한 외관과 마찬가지로 내부 또한 모든 부재를 노출시킨 단순미는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원한 멋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그안에 각기 다른 표정의 석조로 만들어진 오백나한 표정속에는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시비곡직'이 모두 들어 있는 듯 하다.
특이한 것은 해학적이고 익살맞고 천진스러워 마치 어떤 경우에도 야단치지 않는 선생님과 제멋대로 딴전을 피우는 아이들로 가득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보는 기분이다.
그속에서 마냥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내게 소곤소곤 말한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잊지 말라고...바로 네마음이 부처라고.
멀리 있어도 서로에게 한 줄기 꽃길이 열려 있음은 얼마나 마음 뿌듯한 축복인가.
하늘을 쳐다보니 어딘가 따가운 빛이 들기 시작하는데 바람은 시원하다.
답답한 일상이 며칠 동안 나의 생활에 얼마나 층층히 깊이 배어 있었나 새롭게 깨닫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나의 어깨에 봄날 늦은 햇빛이 얹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