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이는 갈 생각이 없다는데 막무가내로 겨울이가 저벅저벅 다가온다.
거리와 골목을 하룻밤 사이에 얼어붙이는 사이, 우리집에도 문을 두드렸나 보다.
퇴근 하여 보니 나보다 먼저 도착한 님이 있었으니.
때 되면 눈도 내리고, 때 되면 추위도 어김없이 찾아 오련만,
무에 성급하게 이리 와 버렸을까.
휘영청 하게 벗어버린 저 놈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당당히 우리집 거실을 환히 비추며 샅샅히 엿보고 있었다.
내가 가만 있을쏘냐.
나 또한 너의 행적을 파헤쳐 주리.
불 꺼진 창의 아파트는 어둠의 성(城)이리니.
아~그러나 너는 너무나 화려하구나..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은 눈이 시리게 밝았지만 그 밝음이 또한 무겁게 어둠이 되어 가라앉는 시간이다.
이 시간의 적막함 속에서 휴~오늘 세시간 밖에 못잠을 기억,
거울을 보니 하루 사이 퍽이나 많이 늙은 안색.
내몸에 붙어 있는 소품들을 차례로 내려 놓으며-저렇게 놓아야 아침에 챙기기 쉬우므로-
얼굴에 클렌징을 하고 누웠다.
세시간 밖에 못 잤으니 지금부터 자리라, 작정 했드만
피곤은 오히려 더욱 정신을 맑게 한다.
오호라, 좋아, 더욱 혹사 시켜 주지.
노트북을 잡고 추가 정산을 들여다 본다.
에이그~ 오라는 잠은 안오고 두통만 오네.
에라, 몰러.
접자! 블러그와 놀자.
한 달 새 본사 직원 세명이나 사표를 내어 수리 됐다.
그것도 공무직과 현장 실무직. 과장2명 대리1.
본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일이지만,
정작 힘들고 괴로운건 소장들과 하도급자.
실무 전대리가 빠지고 보니 안전 점검 서류, 기성청구 내역, 작업일보등
하나부터 열까지 소장이 아니면 업자 자체에서 해줘야 되니.
본사에선 전혀 인원 지원이 없다.
꼭 우리 회사뿐 아니지만 얼마나 무심히 지났던가.
기성서류만 던져주면 되었고, 안전자료 영수증과 신호수 인적만
넣으면 되는줄 알았던 울 직원들도 따금히, 제대로 허겁지급 챙기는 걸
보노라니 헐~ 울 직원들도 가버리면...
회사에서 그 사람의 빈자리가 생겨나며 드러나는 이 일들을,
물론 잇몸으로도 한다지만, 너무나 무심히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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