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친구야

慧圓 2009. 10. 25. 20:14

도시를 빠져 두어시간만 달려도 시골의 모습은,

깊어가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볼 수 있고

조금 더 깊어지면 황량함을 내비친다.

아름다운 길을 만날수 있고

벌써부터 겨울 채비하는 가로수길도 볼 수 있다.

 

여기는 왜 와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나 묻고 싶겠지.

아니면, 네 그 지리멸렬에 우유부단의 성격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

너는 묻겠지, 넌 거긴 뭐하러 갔니이 하고.

육하형식이면 쉽게 설명이 되려나.

누구---------나,

언제--------10월 25일 오전,

어디--------부산에서 경주로 건천으로,

왜----------굳이 찿는다면, 너와의 두절이 근인(近因)이 되어,

어떻게---------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혼자서

무엇---------내 인생, 내 꿈, 내 상처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이렇게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네가 이젠 나의 근거리에 없고,

나는 여기서 혼자라는 거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지금

너무나 사람에 굶고 있어서 이런따위라도 긁적거리지 않으면 돌 것 같다.

너는 아니?

밥을 굶는다는 것처럼, 사람에 굶는다는 말의 의미를.

 

어제 ** 언니와서 네 얘길 들려주고 갔다.

네가 힘든만큼의 고충은 느끼지 못하지만,

투명하자. 그것이 고통이든 외로움이든 아니면 빈곤이라도 투명하게 받아 들이길.

이 섭섭함도 51퍼센트의 네탓과 49퍼센트의 내탓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갈 땐 너와 왔던 밀양댐을 둘러보고 가련다.

<차 안에서>

 

 

 

 

<외출을 했다.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돌아왔다.

  하루는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꿈을 꾸지 않았다.

  친구는 잘 있을 것이다.

  나도 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억울 하지 않다.>

 

 

<정**.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는 열가지의 명사(名詞)로도 하루를 살 수 있음.

  기상, 출근, 회의, 상황, 작업,사무실, 현장,식사,차(茶),취침. 인간은 단순하도다>

 

박수근의 그림들 속에 나오는 나무들 같았다, 그 가로수들은.

산도 들판도 잿빛의 빛깔로 다가오고, 밭이랑들은 검게 흙이 드러나며 길게 줄무늬를 이루고 있다.

누군가가 봄이면 가지를 치곤 했을 가로수들이 그풍경 속에서 차가 달리면서 멀어져가고...

저런 나무들을 또 아디서 보았더라 생각 하다가, 아 그래 박수근의 그림에서였어

하고 혼자 중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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