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소리

타이밍

慧圓 2011. 7. 19. 22:26

 

무엇이든 때와 장소가 있는 법.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이다.

 

중3, 연합고사 치르고 나서 였을까.

무료한 겨울방학,

헌 책방에서 제목이 특이해 골라왔던, 무명 작가의 생활 수기인 <난 흑인이 싫어요> 란 책을 거의 반쯤 읽었을 때.

내 방으로 들어온 큰언니, 검열하듯 훑어보더니 그 책을 수거 해 간다.

자신이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밝고 꿈많은 여고시절을 앞 둔 막내에 대한 배려 였다고 생각하지만 그 땐 몰랐었다.

사실 책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과거, 불행한 현실, 암담한 미래 뿐 인 이야기여서 정서적으로 별 유익한 건 아니었지.

만약 지금 내 아이들이 보았다면 난 어땠을까.

아마 언니처럼 "이런 책은 읽지마!" 라고 하는 대신 <시기>를 강조하며 권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필요성은 아니지만 <더불어 생각하는> 부분도 요하기에.

우리가 이십대, 삼십대,..지금 접하는 시각이나 감성, 이해가 다르 듯, 독서의 선별이 다르니.

 

 

 

 

 

 

빗나간 얘기였다만.

1박 출장차 내려오는 길에 하늘과 구름이 더없이 이뻐,

대구, 경북 박물관을 들렀다 가리라 작정하며 고속도로에서 유유작작 몇 컷을 찍고 있는 중, DK 김회장님 전화.

"정**, 오늘 바쁘요?"   어른이 묻는데 바쁘다 할 순 없지.

---전혀요 회장님. 괜찮습니다.

"그럼 회사 좀 들어오지."

아이쿠! 출장중이란 소릴 못한 실수다.

---몇시 쯤 들어갈까요? 

시간을 벌려는 수작.

"지금 들어와야지 뭐."

난공불락. 이제 충주를 지났으니 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할 수 없이..

---회장님, 제가 출장 차 이제 내려 가는 중 입니다. 두 시 쯤엔 도착이 될텐데요...

 "그럼 안되겠네. 그 땐 내가 없어요"  찰칵.

안 그래도 이 현장에 작업 실수가 있었던지라 이미지 상쇄로 고전 중인데 갈수록 산이다.

달리며 생각해본다.

먼저 현장부터 체크하는 센스.

회장님 출현했느냐, 지적사항 있었느냐, 작업이상 있느냐....

모두 양호 하단다.

그러면 추가건이 아니면 기성 문제 뿐이다.

휴게실에 한번도 들르지 않고 이뇨작용도 짓주르며 빛의 속도로 달린다.

사주가 부재중 이어도 일단 회사에 흔적 남기는 것으로 만회의 씨앗을 뿌리기로 하고.

거의 도착 시간 즈음 사측의 직원으로 부터 비보의 문자.

"대빵, 계십니다."  오캐이.

회장실로 올라간다.

명상에 잠겨 있던 그 분은 오전의 개운치 못한 여운이 언제였냐는 듯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출장일은 잘 되었냐 까지 물어봐 주셨고 열심히 해라는 격려도 주신다.

나오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난 정말 절묘한 타이밍엔 선수야.

나 홀로 자족하며 오늘 아그들 볼따구에 키스 세례나 실컷 퍼부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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