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를 위해 수능 백일기도를 해주신 홍재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
올 겨울 첫 한파가 몰아친 주말,
간 밤 내린 함박눈으로 천안과 논산 고속도로에선 최다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하고.
이미 출발한 우리에게 모친은 그냥 back해서 돌아오라 종용 하시고.
칼칼한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그대로 질주한다.
아무래도 다녀와야 무엇이든 잡히고 앞일이 보아질 테이니.
재작년 겨울, 경주 보리사를 다녀왔던 기억이 떠올라 그때와 지금 또 우리가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더듬어보니
자신은 10년은 더 늙은거 같다.
혹독한 삭풍 겨울 날씨에 자신을 담금질 해보며...
마곡사의 겨울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사찰 진입로에서 부터 입구까진 우려했던 거완 달리 차나 사람이 다닐수 있게 눈들은 치워져 있다.
사람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을 바라보니 자연은 뿌려주고 거둬가는 일을 스스로 하고 있구나..싶기도.
우리가 묵을 숙소.
방 이름들이 참 맘에 든다.
쉼, 느림, 여유, 호젓한...
우린 <여유>에 묵었지만 바운드 많은 내 마음엔 여유를 앉힐 공간이 없다...
볕이 참 좋아...
타종도 해본다.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자꾸 틱틱 불발의 삑사리를 내자, 스님께서 요령을 알려 주시며 하나, 둘~ 여섯번째 치라고 하신다.
우르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향해 내가 친 종소리가 잔잔한 호수의 물결 퍼지듯 울려 퍼진다.
타종을 끝내고 절절 끓는 방으로 오니 군고구마가~~
각 자 백팔 염주도 끼워 보고.. 제일로 이쁘게 꿴 사람에게 상을 주신다 하셔서 열심히 꿰었건만.
저녁 공양을 마치고 염주의 매듭 마무리도 배울겸 다실로 가니 다른 스님들도 계셨다.
홍재 스님은 노전스님으로 예불과 제사 기도를 주로 하시고,
우리가 뵈었던 법천스님은 템플 스테이의 지도와 교육을 담당하시며,
사찰의 재무를 담당 하시는 원묵스님, 소제를 도와 주시는 나이 어린 언니. 모두가 해맑은데...
원묵스님은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무림에서 한가닥 하셨을만한 외모와 풍채.ㅎㅎ
그러나 모습과는 달리 유머가 풍부하셔서 모두를 즐겁게 해주신다.
우리 아해들을 조카라고 소개하셨는데 나와 홍재스님를 번갈아 보시더니,
"누나야?.."
---아이쿠 스님, 아무리 스님께서 동안이시지만...너무 하시네요~
재차 여동생이라고 하자,
"여자 동생??" ...이 물음은 도대체 뭥미?
---아니, 그럼 제가 남자 동생이겠읍니까!
그랬더니 그제사 알았다는 표정. 헐~~
---마곡사에서 저를 여러번 죽이시는군요.
역시 왕년에 무림계를 주름잡았을 괴수였음에 틀림없어.
법천스님은 여성DNA가 너무 풍부하셔서 홍재스님의 듣기 좋은 중저음 바리톤 소리에 비해 한 옥타브 위인 보이스로 맑고 청량하다.
여성인자가 많을거란 내 짐작에 쐐기를 박는 질문을 하신다.
SK 화장품 샘플을 들고 스킨 케어니 각질제거니, 순서를 물어보시는데 나도 아리삼삼하야..
어쩔땐 영양크림을 빼먹었다가 썬크림 바른 그위에 또 덧바르는 내가 어찌 알리요..ㅠㅠ
틈만 나면 트위터에, 핸폰을 손에서 뗄줄 모르는 아해들.
눈만 오면 동네개 처럼 폴폴 날뛰던 우리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며 저런 놀이밖에 없을까...격세지감이로다.
무엇을 저리 째려보냐면 천정에 기괴한 벌레가 있어...
정말 난 네발 이상 달린 생물체엔 공포감이 지나쳐 그이상의 두려움까지 있어 고구마를 먹는건지 감자를 씹는건지.
그래도 끝까지 움직이는 물체의 향방을 주시하며 고우메는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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