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가는 길로 접어드니 호젓한 가로수 옆 계곡에 물은 없지만 정자도 있고 야트막한 산세의 절경이 예사롭지 않다.
거의 입구까지 닿았을 즈음 이상한 비석과 비로자나불상이 보인다.
잠깐 주차한 후 예배나 드리자 하고 입구로 들어섰더니 佛자 같기도, 卍자 모양 같기도 한 미로의 길이 펼쳐지는데.
헤~~ 이걸 다 돌아 저 불상으로 간다고?...
흠~~ 해보지 뭐.
누가 보면 혼자 청승이다 하겠지만 무에 대수야.
생소하여 검색해 보았더니 법계도라 하는 이 비석은 의상대사가 당나라 유학중 화엄의 요지를 집약한 글이라 한다.
방송에도 나왔다 하는데 난 처음 보았다.
50센티 가량의 폭으로 숲길을 이루고 중간 중간 쉬엄 읽어가라고 잠언들로 푯말을 세워두었다.
명상하기에 딱 그만인 듯 싶은 길이다.
햇살도 좋고.
점 점 다가오는 비로자나불상을 보며 걷는 재미도 색다르다.
문득 낙양 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오래 쌓아 두었던 다락 속의 한적(한서)을 꺼내 뒤적일때, 그 색이 바래 종이 위에 씌어 있는 글자를
무심히 아주 무심히 들여다 볼때 느껴지는 것 같은 그 말.
낙양.
이상한 서글픔과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는 기약도 역시 하나의 기악일 수 있다는 허무감,
그리고 추억 많은 사람의 쓸쓸한 노년,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은퇴한 장군이 매일이른 아침 쓸고 있는 뜰.
그런 것을 생각나게 했던...
낙양...이라고 중얼거리며 걸어본다.